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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7일 백령도 인근 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상으로 해안포 수십 발을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인 이유와 배경은 무엇일까. 한쪽에서는 대화 제스처를 보이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무력시위를 하는 등의 상반된 행위에는 복합적인 정치적 배경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북한은 이번 동계훈련을 아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남북관계 전반을 의식해 신중하게 그러나 무력시위 효과는 확실하게 보여줘 남측을 강도 높게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체제의 붕괴에 관한 언급이 지속해서 나오는 남측에 대한 경고가 우선 꼽힌다. 북한은 최근 남측에서 급변사태 대비계획 관련 보도가 나오자 최고기관인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보복성전’을 외쳤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한 육해공군 합동훈련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김태영 국방장관의 북한 핵공격시 선제타격 발언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른 급변사태 대처방안을 제시한 통일연구원의 보고서 등이 이어지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다. 결국 연례적인 동계훈련을 내세워 국방위의 보복성전 발언이 ‘허언’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면서 남측에서 김정일 체제 붕괴 관련 언급과 행동이 이어진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압박 메시지라는 것이다. 또 내부적으론 김 위원장의 건강이 불안정한 속에서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 후계구축을 견인하고 있는 북한 군부의 강경한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자신들이 요구하고 있는 평화협정 회담 제의에 대해 느긋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미국을 향해 남북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평화협정 체결의 시급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동시에 화폐개혁과 시장통제 등 조치에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대남 적개심을 고취시켜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속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남북 간의 대화와 협력기조가 중단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총 참모부가 이날 ‘보도’에서 포사격 훈련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전격 공개하면서 “연례적인 포실탄 사격훈련”이라고 군의 일상적인 훈련으로 국한시킨 데서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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