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물품기록 竹簡 첫 발굴

800년 전 고려시대 권력자에게 누구로부터 어떤 물품을 얼마나 조달했는지를 보고한 목간(木簡)과 죽간(竹簡)이 서해상에서 침몰한 고려선박에서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올해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도 해역에 대한 수중발굴조사를 실시해 침몰한 고려시대 선박 1척을 인양 중이며, 여기서 여러 종류의 곡물과 도자기ㆍ죽제품 등 유물 1,400여점을 인양했다고 4일 발표했다. 이번 발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화물의 종류와 수량을 기록한 목간과 죽간 64점의 수습이다. 이것은 오늘날의 물품꼬리표에 해당하는 기록용 도구로 대나무에 글을 적은 고려시대 죽간이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는 선박의 선적, 출항일자, 발신지와 수신자, 화물의 종류와 수량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성낙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장은 4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도에서 인양한 유물과 목간·죽간 내용을 종합하면 1207년 겨울부터 1208년 초에 걸쳐 해남·나주·장흥 일대에서 곡물류와 젓갈류, 도자기 등이 취합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수도 개경에 있는 관직자에게 올려 보내고자 항해하던 중 마도에서 좌초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수도 개경으로 물품을 '상납'한 발신자에 대한 기록에서는 지방 향리인 '장(長)'의 직위나 구체적인 이름이 명시돼 있고, 이들이 보낸 물품을 받을 수신자 명단에서는 '대장군(大將軍)' '별장(別將)' '교위(校尉)' '봉어동정(奉御同正)'과 같은 관직명과 함께 실명이 구체적으로 기록됐다. 전달 물품은 벼ㆍ조ㆍ메밀ㆍ콩 과 같은 곡물류와 고등어ㆍ게 등의 젓갈류가 있었으며 대나무, 석탄 같은 화물도 포함됐다. 각 화물에는 '섬(石)' '말(斗)'과 같은 수량이 정확히 표시됐으며 수치 조작을 막기 위해 숫자는 갖은자(壹, 貳, 參 처럼 보통 쓰는 한자(漢字) 보다 획을 더 많이 하여 모양과 구성이 전혀 다르게 된 한자)로 표기돼 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인양된 고려청자 중에는 보물급으로 평가되는 청자상감 표주박모양 주전자가 포함됐다. 마도에서 인양중인 고려 선박은 '마도 1호선'으로 불리며 길이 10.8m 폭 3.7m규모로 남동에서 북서 방향으로 갯벌에 묻혀 있다. 연구소 측은 인양 완료 후 고려 선박구조와 조선 기술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