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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7월13일] 뉴욕시 정전


1977년 밤 9시36분. 뉴욕이 암흑으로 변했다. 정전사고 탓이다. 세계에서 가장 번화하고 휘황찬란한 거대도시에 공급되는 전기를 끊은 것은 벼락. 허드슨강 변전소와 원자력발전소를 세 차례 때린 번개 때문이다. 정전은 도시 기능을 일거에 마비시켰다. 지하철과 승강기가 멈추고 가로등ㆍ빌딩의 불빛이 꺼졌다. 도로교통과 선박운항이 중지되고 여객기들은 보스턴 등으로 기수를 돌렸다. 병원의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던 환자도 어둠 속에서 숨을 거뒀다. 인구 1,000만이 사는 세계 최대 도시에 불빛이라고는 발전기를 갖춘 몇몇 건물과 선박, 자유의 여신상의 횃불 뿐. 암흑은 밤새 가시지 않았다. 칠흑 같은 어둠은 문명을 죽이고 집단적인 광기까지 불렀다. 에어컨이 꺼진 섭씨 32.8도의 열대야에 거리로 나온 수백만의 뉴욕 시민 중 일부는 폭도로 돌변해 1,616개 상점을 털고 1,027개 고급 주택과 상가에 불을 질렀다. 화재 허위신고도 1,600건이 넘었다. 전기가 다시 들어온 14일 밤10시35분까지 25시간 동안 약탈ㆍ방화ㆍ난동 혐의로 체포된 3,776명을 수용하기 위해 뉴욕시는 3년 전 폐쇄한 툼스교도소를 다시 열었다. 도덕률까지 암흑에 파묻힌 셈이다. 정전은 경제적 손실도 불렀다. 하루 동안의 주식거래 중지로 인한 거래세와 주식양도세 수입 감소분과 공무원ㆍ경찰 특근수당 지급 등으로 뉴욕시가 입은 손실만 1억달러. 전체 피해는 수십억달러에 달했다. 소득이라고는 단 한가지, 정전사태 9개월 뒤 출산율 급등이라는 덤을 얻었을 뿐이다. 사상 최악으로 꼽히는 1977년 뉴욕 정전으로부터 만 30년. 정전은 여전히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엊그제에는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국-사우디 간 축구경기가 정전으로 20분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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