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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8마일’

`쿵따 쿵따…`경쾌한 음악이 화면이 채 밝기도 전에 관객의 귀를 연다. 그리고 하얀 얼굴의 한 청년이 그리 깨끗치 않은 화장실에서 강한 비트에 맞춰 래퍼 특유의 손짓을 해가며 열심이다. 이어 밖으로 나가는데 들떠있는 흑인 관중들이 가득 찬 무대. 관객이 보기에도 아무리 배짱 좋은 백인이라도 긴장되는 분위기다. 동네 래퍼들이 속된 말로 `맞짱`뜨는 무대다. `LA컨피덴셜`의 커티스 핸슨 감독에, 2000년 그래미 최우수 랩 앨범상을 받은 에미넴의 영화데뷔작이라는데서 관심을 모아온 `8마일`의 오프닝장면은 이렇게 인상적으로 시작된다. 에미넴이 `버니 래빗`으로 불리는 지미 스미스 주니어(에미넴)역으로 나오는데, 래퍼를 꿈꾸는 백인 청년이다. 그는 너무나 긴장을 했는지 화장실에서 토악질까지 한다. 그러나 상대의 래핑에 한마디 반격도 못한다. 이 영화의 특징은 음악과 영상이 같은 심장 박동수로 뛴다는 것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청년 문화의 주류로 떠오른 랩음악과 랩음악만이 희망인 디트로이트 밑바닥 청춘군상들의 풍경. 이 두 요소가 절묘한 화음을 이루는 가운데, 자신의 꿈을 찾고자 애쓰는 한 청년의 고달픈 성장기를 보여준다. 특히 흑인 거주지의 클럽 `셸터`에서 열리는 랩 배틀을 잡는 카메라는 마치 팽팽한 권투시합처럼 긴장감있게 포착한다.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각운을 딱딱 맞춰가며 적나라한 독설을 치고 받는 래핑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이봐, 만약 너에게 네가 원했던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는 한번의 시도, 한번의 기회가 주어졌다면 넌 그걸 잡을 건가 아니면 그냥 흘려 버릴건가…그는 자신이 잘 하는 걸 알아. 하지만 그는 거지야. 그는 자신이 사는 그 이동식 집이 결국엔 자신의 스튜디오라는 사실이 너무 슬퍼…네 자신을 음악에 맡겨 그 순간은 네것이 되. 절대로 놓치면 안돼. 뜰 수 있는 네 기회를 놓치지마”는 내용의 주제가 `Lose Yourself`는 특히 압권이다. 지미는 랩 배틀의 사회자인 퓨처(메키 파이퍼) 등 그의 재능을 아는 친구들의 아낌없는 독려에도 불구하고 무대에만 서면 자신이 썼던 가사를 계속 잊어버리고 정해진 시간에 아무말도 못하고 내려오곤 한다. “랩 배틀에서 지는 것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고 되뇌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의 현실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모두 짓누르고 있기때문이다. 우승자 파파독 패거리들은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오고, 자신의 동창과 동거하는 철없는 어머니(킴 베이싱어)의 트레일러에 얹혀 살면서 철강 공장에 다녀야 하는 현실도 그의 어깨를 짓누른다. 부모에 대해 상스러운 표현을 쓴다거나 세상의 부조리에 욕을 해대거나 하는 등의 가사로 늘 평단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유명한 힙합 아티스트 에미넴은 이 영화에서 첫 작품치고는 매우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자신이 자란 디트로이트가 무대고 지금은 전설이 된 디트로이트의 힙합클럽 `리듬 키친`에서 힙합을 시작한 성장배경이 너무가 같아 영화에 몰입하는 것이 쉬웠는지 핸슨 감독의 연출력과 잘 어울리는 영화데뷔에 성공했다. 영화에 제목을 제공한 `8마일 로드`는 디트로이트 시내의 흑인 거주지와 근교의 백인 거주지를 가르는 상징적인 경계선. 감독은 “누구나 인생에서 맞딱뜨리게 되는, 가고자 하는 길 혹은 원하는 것과 현실의 경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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