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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분자 변화측정 '초고속 분광법' 개발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조민행 고려대 교수<br>분자의 광학 異성질성 변화 1조분의 1초 단위 관찰<br>老化현상등 메커니즘 규명·신약장비 개발 응용 가능<br>국내외 분광법 연구 주도… "동영상 관찰 기법 개발"<br>

조민행 교수가 고려대 비선형 다차원 분광학 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과 실험장비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다차원 분광학(multi-dimensional optical spectroscopy)은 역사가 10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학문 분야다 . 여러 색깔의 빛을 쏘여 분자의 구조와 성질을 찾아내는 분석 기법이다. 이 기법을 통해 1조분의1초(피코초)나 심지어 1,000조분의1초(펨토초) 단위의 극히 빠르게 진행되는 생체분자 구조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생명현상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거나 신약 개발을 위한 의약물질 검색 장비로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조민행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이 분야의 대표적인 개척자 중 한명이다. 조 교수는 지난 2005년 다차원 분광학 중 이차원 분광학을 이용해 식물 광합성 초기의 에너지 이동경로를 밝혀낸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단백질과 핵산 등 광학 이성질성을 띠는 생체분자의 구조변화를 1조분의1초 단위로 측정할 수 있는 초고속 분광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권위지인 '네이처(Nature)'지에 게재됐다. ◇생체분자 변화 1조분의1초 단위로 관찰=모든 생명현상에 관여하는 분자들은 왼손과 오른손처럼 거울상 대칭을 이루지만 실제로는 다른 구성물질과 구조를 이루는 '광학 이성질성(chirality)'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의약물질은 광학 이성질성 생체분자(단백질ㆍ핵산)와 결합 또는 반응하며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따라서 생체분자들의 구조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면 기능과 작용 메커니즘을 파악해 획기적인 의약물질을 개발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하지만 현재 광학 이성질성 분자의 구조를 규명하는 데 널리 사용되는 '원편광 이색성 분광 측정법(circular dichroism)'은 측정시간이 수초에서 수시간 정도로 매우 느려 단백질 접힘-풀림 현상과 단백질-핵산 결합 등 극히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생물화학적 현상을 관찰하기 힘든 한계가 있었다. 현재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 NMR(Nuclear Magnetic Resonance) 방법도 수십 마이크로초보다 짧은 시간 이내에 발생하는 생체분자의 구조변화를 포착하기는 불가능하다. 분자의 광학 이성질성이 변화하는 극초단(ultrafast)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분광학적 방법이 현재로서는 전무한 것이다. 조 교수는 적외선 펄스(극히 짧은 시간만 흐르는 전류)를 시료인 리모넨에 쏘이고 광학이성질 화합물과 상호 작용한 후 통과한 빛의 특성을 분석, 기존 실험 방법과 도구로는 측정할 수 없는 극소ㆍ극초단 신호를 증폭해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때 사용한 레이저 펄스가 대략 1조분의1초에 해당하기 때문에 매우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생체분자의 변화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측정할 수 있다. 조 교수는 "학문적 측면에서는 노화 등 생명현상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산업적으로는 신약 개발을 위한 의약물질 검색장비를 개발하는 데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세계 다차원 분광법 연구 주도=조 교수의 연구는 새로운 개념의 측정장비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조 교수가 개발한 극소ㆍ극초단 광학 이성질체 분광 실험법은 이전에 시도된 적이 없는 방법이다. 비교할 만한 연구 결과나 연구소가 아직 없다. 그만큼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려대 다차원 분광학 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조 교수는 비선형 및 다차원 분광학 분야에서 국내외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다차원 분광학 분야의 첫 국제학술대회가 그의 주도로 고려대에서 개최됐으며 현재도 조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에는 네이처지 편집자 초청으로 이차원 분광학을 독자들에게 쉽게 소개하는 '뉴앤뷰(new & view)' 논문을 발표하면서 '분자 동영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이차원 분광학의 미래를 조망하기도 했으며 지난해 화학 분야 최고의 총설(review) 학술지인 '케미컬 리뷰스'에 발표한 초청논문은 다차원 분광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으로 꼽힌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조 교수는 지금까지 과학기술색인(SCI)에 등재된 국제 저명 학술지에 13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 논문의 피인용 횟수는 4,300여회에 이른다. 뛰어난 연구실적만큼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1994년에 시카고대에서 최우수 박사학위 논문상인 '마크 갤러상'을 받았으며 1999년에는 과기부가 수여하는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41세의 젊은 나이에 현대ㆍ기아차가 고려대에 기금을 제공해 선정하는 석좌교수가 됐다. 조 교수는 "생체분자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것이 목표인데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는 변화를 정지된 화면(사진)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앞으로 동영상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측정방법을 더욱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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