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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부실에 직면한 세계 주요국 은행들이 속속 문을 닫거나 매각, 합병되는 등 은행산업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들어 문을 닫은 미국 은행 숫자는 벌써 20개로 늘어났고, 유럽 주요 은행들도 속속 합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은 주택 압류물건이 급증하고 주택 시장의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대공황 이래 최대의 시장 위축을 겪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 조지아주의 지방은행 로건빌 커뮤니티 은행이 주정부에 의해 전일 파산 조치됨에 따라 올들어 문을 닫은 은행 숫자가 20개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태퍼해녹의 에섹스은행이 6억1,140만 달러 규모의 로건빌 예금 등 일부 은행 자산을 인수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은행 예금은 보호되고, 로건빌 은행의 4개 지점은 주초 에섹스은행 지점으로 바뀌어 문을 연다. 로건빌 은행의 자산은 6억8,100만달러 내외이며, 고객 예금은 지난달 17일 기준으로 6억1,140만 달러다. 에섹스은행은 "조지아주 핵심 은행이었던 로건빌은행과 더불어 애틀란타 시장에 신규 진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로건빌 은행의 파산은 금융부실 확산 우려로 최근 씨티그룹을 비롯한 미 금융주가 연일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나와 은행권 몰락이 더 가속화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2000년 10월부터 지난해까지 문을 닫은 은행 숫자는 27개에 불과했지만 올 한해에만 벌써 20개 은행이 파산했다. 이중 지난 7월 이래 문을 닫은 은행이 15개에 달해 금융위기로 인한 파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FDIC는 오는 25일 3ㆍ4분기 미 부실은행 리스트를 발표할 계획이다. FDIC가 8월 공개한 2ㆍ4분기 문제은행 숫자는 총 117개로 전분기보다 30% 가량 확대됐다. 은행권의 재편 바람은 유럽에서도 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미 독일 최대 주정부 소유 은행인 란데스방크 바덴 뷔템버그(LBBW)가 라이벌인 바이에른LB와 구체적인 합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두 은행 모두 독일 남부에 위치해 있어 합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은행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정부 역시 2~3개 국영은행 그룹의 통합을 예상하고 있어 두 은행의 합병은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LBBW는 이어 내년 50억 유로(63억 달러)의 신규 자본 수혈에 동의했으며, 15~20억 유로(18~25억 달러)의 정부 구제금융 역시 신청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네덜란드는 ABN암로의 네덜란드 자산과 포르티스의 은행 부문의 통합을 진행한 뒤 오는 2011년까지 매각하거나 상장할 것이라는 내용의 자구안을 내놓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양 은행간 합병은 내년에 이루어지며, 포르티스의 보험 부문은 합병에 포함되지 않고 조기 매각될 방침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달 초 포르티스 네덜란드 부문과 포르티스가 보유한 ABN암로 지분을 은행 신뢰도 회복을 위해 사들인 바 있다. 우터 보스 재무부장관은 "은행을 살아 남게 하기 위해 합병 방안을 골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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