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국식 공공 개혁 시스템을 도입해 공기업의 문어발식 확대에 제동을 건다. 앞으로 시범 분야를 중심으로 공기업 신설은 민간과의 경쟁입찰 테스트 등을 통과하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봉쇄된다. 기존 공기업에 대해서는 상시적 기능 점검을 통해 자회사 출자제한, 조직 통폐합 등이 이뤄진다.
10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1980년대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 최초로 도입했던 공기업 개혁 방안 중 하나인 '시장화 테스트(Marketing Test)'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식 공공기관 상시 점검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기재부는 제도 도입을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조세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줬으며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지침 등을 만들고 있다.
시장화 테스트는 공기업 및 공공사업을 신설할 때 적용된다. 상시점검시스템은 이미 설립된 공공기관에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당국자는 "이른 시일 내 시장화 테스트를 적용하기 위해 시범사업 대상을 검토하고 있다"며 "신설 기관이나 공공사업 등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가 주로 추진하는 정책서비스가 복지와 중소기업 지원, 수출산업 금융지원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해당 분야가 시장화 테스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중 시장화 테스트란 공공사업 추진시 관과 민을 입찰 방식으로 경쟁시켜 민의 경쟁력이 높으면 사업을 민영화하는 방식이다. 이들 제도를 공기업 신설시 적용하면 공공기관이 우후죽순 출자해 자회사를 늘리는 문제를 제어할 수 있다. 영국에 이어 미국ㆍ일본이 시장화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상시점검시스템은 주요 공공기관에 대해 기존의 경영평가와 별도로 소관사업의 적합성ㆍ효율성 등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기관ㆍ사업의 성격에 따라 3~5년 단위가 될 수 있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기존 경영평가가 단순히 최고경영자(CEO) 인선이나 성과급과 같은 급여 결정에 활용됐다면 상시점검시스템은 공기업 조직 자체를 존속시킬 것이냐 통폐합 할 것이냐, 강화할 것이냐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가 영국식 상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은 과거 정부의 일회성 공기업 개혁의 폐단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통상 임기 초에 단발성 공기업 민영화나 구조개혁을 요란하게 한 뒤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임기 말이 되면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공기업 선진화 계획을 추진했지만 공기업의 출자회사 규모는 도리어 확대됐다.
현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약했던 옥동석 인천대 교수는 "인수위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정과제 중에는 '공공기관 3년 경영 협약제'가 있는데 그것은 사실 시장화 테스트 도입의 전제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 이었다"며 "민간이 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민간에 맞기는 방향으로 정책이 흘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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