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보호를 신청한 제너럴모터스(GM)가 미 군용 '험비'의 민수 버전인 '허머'를 중국 업체에 매각하기로 했다. 미국 여론은 "미국의 애국심과 상징을 일자리와 바꿨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GM은 2일(현지시간) 매각을 추진해온 허머를 중국 중장비 업체인 쓰촨 텅중에 매각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남부 쓰촨(四川)성에 기반을 둔 쓰촨 텅중은 특수 기계와 고속도로 및 교량 건설용 부품, 건설 중장비 등을 생산하는 중장비 회사로 자동차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각 가격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5억 달러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관측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허머 인수에 대해 "글로벌 파워로서의 중국 부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짝퉁 브랜드의 대명사인 중국은 앞으로 비틀대는 서구 자동차 회사를 인수해 세계 자동차 시장에 신흥 강자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로버와 MG 등 영국의 명문 자동차 업체 2곳을 인수했으며, 포드가 매각을 추진하는 스웨덴 명차 볼보 등에도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 '기름 먹는 하마'라는 오명이 붙은 허머는 미군의 다목적 전투 차량인 험비를 민수용으로 개량한 고급 스포츠유틸리티(SUV)로 GM은 지난 1999년 이 브랜드를 인수했다. 허머의 중국 매각을 바라보는 미국인 시각에는 허탈감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USA투데이는 "가장 미국적인 브랜드인 허머가 중국에 팔릴 것으로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며 "미국의 상징인 허머를 중국 '붉은 군대'가 사용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허머는 미국 애국심의 상징이었다"며 "중국은 최종 인수까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 소재 보수성향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데릭 시소르스 연구원은 "험비의 핵심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수가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허머 매각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허머 매각을 환영하고 있다. 빌 버튼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허머 매각이 가시화 했다는 것은 3,000명의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유지하게 됐으며, 미국 내 공장 두 곳이 계속 가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쁜 소식"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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