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활동이 왕성하다. 닷새 동안 4번이나 흑점 폭발이 발생했다. 위력 낮은 3단계지만 앞으로 보름 이상 흑점 활동이 예상된다고 한다. 고강도 흑점 폭발은 초대형 태양풍을 일으켜 통신 장애와 전력시설을 파손할 수 있다. 1859년의 태양풍은 유럽과 북미의 전보망을 한순간에 망가트렸다. 인간의 대책은 없다. '태양의 분노'라고 불리는 흑점 활동이 약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태양 열기와 자전으로 발생하는 흑점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관찰되기 시작한 시점은 17세 이후.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자작한 망원경으로 규명했다는 게 정설로 꼽힌다. 태양에 대한 연구는 영국에서 꽃피었다. 윌리엄 허셜이 태양주기를 10.45년으로 계산한 이래 해일과 기근, 강수량과 상관성을 주장하는 학설이 잇따랐다. 한계효용의 법칙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윌리엄 제번스는 허셜의 태양주기에 따라 경기가 순환한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영국 태양위원회는 전세계에서 매일같이 태양활동을 기록해 태양주기가 11년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민족의 고대신화 속의 동물이자 고구려의 상징인 삼족오(三足烏)는 태양에 사는 세 발 달린 까마귀를 의미하는데 흑점 활동을 관측한 결과에서 생긴 전설로 풀이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태양 흑점을 일컫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유사한 관측기록이 2만번 이상 나온다.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재난에 왕이 근신하거나 기우제를 올렸던 이유에도 태양이 움직인다는 천문관측이 깔려 있다. 조선중기 이후 매관매직도 태양이 이상하면 기근이 든다는 경험에 정부가 민간의 곡식을 최대한 동원하려는 선택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태양 흑점 폭발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장 강력한 태양풍은 히로시마 원폭 1,000억개에 맞먹는 에너지로 지구를 직격할 수 있다. 지구를 지켜주는 투명방패인 자기장이 타버리고 전력과 전자 시스템 교란이 불가피하다. 끔찍한 재앙이 없도록 그저 비껴가기를 빌 뿐이다. 인간이 소망한다고 다 성사될지는 모르겠지만 역사는 겸허한 자세를 권면한다. 역대 조선국왕 중에서 재해에 가장 많이 근신했던 임금은 세종대왕, 그 반대는 연산군이다. 요즘이라고 다를까. 자연 앞에 겸허해질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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