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진출기업 '명암'

폴란드ㆍ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KOTRA는 9일 '동유럽 금융위기와 진출기업 동향' 보고서를 내고 현지 진출 생산법인의 경우 오히려 경쟁력이 높아진 반면 판매법인의 어려움은 큰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KOTRA에 따르면 동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생산법인은 현지 통화가치 하락으로 수출경쟁력이 최근 높아졌다. 현지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감소한데다 유로화 기준 수출가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KOTRA 측은 "폴란드 무와바의 LG전자 LCDㆍPDP TV 공장의 경우는 올해 1~2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0% 증가했다"면서 "이미 6월까지의 주문량이 밀려 현재 생산라인을 100% 가동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KOTRA의 한 관계자는 "LG전자 등 동유럽에 공장을 세운 한국 기업들은 현지 화폐가치 약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면서 "반면 주요 경쟁기업인 유럽과 일본 기업들은 현지화 약세에도 불구, 자국 통화 강세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시장 철수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가전업계는 현재 삼성전자ㆍ필립스ㆍ소니ㆍ샤프 등이 경쟁하고 있는 유럽 TV시장이 향후 삼성전자ㆍ소니ㆍLG전자의 3강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의 체코 생산법인은 현지 화폐 약세 효과보다는 유럽의 자동차 시장 위축의 영향이 더 커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KOTRA 측은 전했다. 반면 동유럽에 판매법인을 세운 기업들의 어려움은 극심하다. 주문량이 급감하고 대금지급 지연 사례도 빈번하다. KOTRA 측은 "A기업 불가리아 판매법인의 경우 판매대금 수금에 애를 먹고 있어 앞으로는 100% 현금거래만 할 계획이며 B사의 헝가리 판매법인은 1~2월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44.6%나 감소했다"고 전했다. 조병휘 KOTRA 통상조사처장은 "LG전자의 사례로 보듯 동유럽 금융위기가 우리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번 위기를 한국 기업이 유럽 시장에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