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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지나친 경기낙관론
입력1999-02-10 00:00:00
수정
1999.02.10 00:00:00
정경부 기자
박동석 정경부기자10일 오전 11시 40분 산업자원부 기자실에서는 예정에 없던 브리핑이 개최됐다. 브리핑 내용은 「실물경기 총점검」. 최근들어 경기회복에 대한 정부와 민간연구소간 시각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날 브리핑에 쏠린 기자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산업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부처의 실물경기 진단이어서 기대도 컸다.
그러나 이날 브리핑은 실망 그 자체였다. 산자부는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를 통해 국내 실물경기가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근거는 KIET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KIET는 최근 218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조사대상업체의 44.3%가 최근 경기가 호전됐다고 응답했으며, 79.3%는 제조업체의 생산증가율도 전년대비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총 33쪽 분량의 설문조사 결과는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다.
경기회복은 분명 희소식이다. 그런데 불과 218개 업체를 표본으로 조사된 이번 설문결과를 믿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KIET도 설문조사 표본을 각 업종 협회의 추천으로 1,000개를 정했으나, 회수율이 20%밖에 되지 않았다며, 표본설정이 잘못됐음을 일부 시인했다. 경기가 좋아지는 업체들은 그나마 설문조사에 대답할 여력이라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는 쉽사리 응하지 않는 것이 통례다. 이것까지 감안한다면 이번 조사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산자부는 업계의 하소연은 아랑곳않고 정부의 경기회복 낙관론을 홍보하는데 급급한 셈이다. 지나친 낙관을 경고하고 있는 민간경제연구소등 전문가들의 견해는 철저히 무시됐다. 정부는 지난해말부터 실물경기 회복을 강조해오고 있다. 그러나 공단 생산현장의 기업체들은 아직도 이 말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실물경기 낙관론을 홍보하기에 급급한 정부의 행보는 누가봐도 볼썽 사납다.
산자부는 특히 홍보보다는 경제지표나 설문통계의 거품을 경계하고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부터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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