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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타결로 '타임오프' 큰 고비 넘겼지만…

기아차 노사 교섭위원들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소하리 공장에서 열린 본교섭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기아차의 임단협 타결로 타임오프가 안착을 위한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기아차노조

(상)제도 안착 위해 단협투명성 확보해야 근로시간면제한도(타임오프)제도가 지난 7월 시행된 지 두 달 만에 연착륙으로 가기 위한 큰 고비를 넘겼다. 타임오프 문제의 바로미터로 불리며 넉 달 가까이 갈등을 빚어온 기아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31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 잠정 합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임오프 무력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파업투쟁을 조직해왔던 민주노총의 하반기 투쟁동력이 급속히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기아차 노사가 타임오프 도입에 합의하면서 제도를 교묘하게 빗겨가는 편법으로 별도 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해 타임오프법 정신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기아차의 편법 수당 지급으로 노조 유급전임자가 수십명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기아차의 결정 방식은 다른 기업의 타임오프 도입에도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이번 기아차 합의에서 드러났듯이 법을 우회하는 형태로 노사가 전임자의 임금을 보전하기로 합의하거나 노조의 힘에 밀려 이면합의를 하는 등 타임오프제의 본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는 여지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해 임금을 지급한 사업장 중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은 업체 두 곳에 대해 사법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경북 포항에 위치한 J업체와 H업체는 법정 부여한도가 1,000시간으로 최대 0.5명의 유급전임자를 둘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7월에 노조전임자 1명에게 기존처럼 급여를 모두 지급했다.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만 유급처리가 가능한 현행법을 정면으로 위반 한 것이다. J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재 노조 측과 임단협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사업주가 법 위반을 알면서도 급여를 지급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 포항지청의 한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된 7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법 위반 소지에 대해 알렸지만 노조의 힘이 세다 보니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 사업장의 노조는 지역의 대표적인 강성노조인 금속노조 포항지부에 속해 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이미 이들 업체가 7월분 전임자에 대한 급여를 법정한도를 벗어나 지급했고 노조로부터 한도 초과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에 부당 노동행위가 성립된다”면서 “이번주 중으로 이들 업체의 사업주를 형사입건하고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고용부는 8월 말 기준으로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해 단협을 체결한 사업장이 총 32개소이고 이 가운데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30개소, 한국노총 1개소, 미가입이 1개소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면합의다. 법을 위반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불응할 경우 사법처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적인 수단을 갖고 있지만 문제는 노사가 이면합의를 하는 경우다. 이는 적발 자체가 어려운데다 자칫 타임오프제의 근본 취지까지 퇴색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제도 안착을 위해 꼭 풀어야 할 숙제다. 노사 모두 타임오프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을 지켜야 하는데 이 부분이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노사의 힘의 구도에 따라 ‘이면합의’라는 유혹에 얼마든지 빠질 수 있다.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협회 소속 사업장들의 70%가량이 자동차 부품회사들이고 노조 집행부가 강성인 곳들이 대다수”라면서 “사용자들은 노조와 임단협을 체결하고도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리기를 꺼려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면합의 혹은 법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기존 전임자들의 임금을 보전해주는 편법(?)아닌 편법도 존재한다. 지난달 31일 임단협을 체결한 기아차가 대표적인 경우다. 복수의 노동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기아차 노사는 이번 임단협에서 기존 전임자를 21명으로 줄이는 것 외에 사측이 ‘보전수당’을 신설해 사실상 노조가 기존 전임자의 임금이 보전될 수 있도록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 1명당 1만5,000원을 지급하고 이를 조합비로 급여에서 공제하는 방안이다. 통상 한번 신설된 수당은 노사가 폐지하기로 합의하기 전까지 그 효력이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노조 입장에서는 상당수 전임자들의 급여를 보장 받을 수 있다. 노조는 2일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시 ‘보전수당’의 조합비 공제에 대해 조합원 동의를 물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사측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수준에 맞춰 수당을 정한 것”이라면서 “수당을 조합비로 쓰든 전임자 임금으로 쓰든 그것은 노조가 알아서 정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타임오프와 관련해 기아차 노사의 합의가 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현대자동차 등 앞으로 있을 대형 사업장 노사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보전수당의 합의 내용은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면합의 외에도 노사가 법을 우회적으로 피해간다면 당초 타임오프의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당초 쉽게 합의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던 기아차 노사가 파업을 하지 않고 대화로 협상을 타결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면서 “노사가 현 제도의 틀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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