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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순리

우리네 옛 마을이나 집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동화되고 있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이나 초가의 둥근 지붕과 기와집의 물매 등 모양도 그렇거니와 재료 또한 그러하다. 여기에는 인위적인 조형성 보다는 자연과의 어울림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것은 곧 순리를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옛 마을이나 집에는 그런 `순리`의 정신이 깃들여 있다. 그것은 우리 선조들이 세상을 바르게 사는 이치이자 지혜였으며, 우리 마음속에 깃든 정서이기도 하다. 옛 성현들도 무수히 순리를 강조했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문명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맹자의 공손추상편(公孫丑上編)의 호연장(浩然章)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송나라 때 어느 사람이 자신의 벼싹이 자라지 못함을 안타깝게 여겨 빨리 자라도록 벼싹을 위로 뽑아놓았다. 그러나 그 벼싹은 빨리 자라기는커녕 곧 바싹 말라버리고 말았다. 이 얘기는 조급한 마음에 억지로 일을 꾸미려다 보면 오히려 일을 망치는 결과가 되기 쉽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부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무엇을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한다. 예측 가능한 정책이라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다 보면 자칫 무리수를 두기 쉽고 그것이 국민불안과 시장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최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후분양제`ㆍ`택지경쟁입찰` 문제만 해도 그렇다. 그 정책이 가져올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택지경쟁입찰의 경우 주택분양가 상승이나 일부 기업의 택지독점 등 시장에 미칠 파장이 결코 적지 않다. 정부에서는 개발이익을 공공재원으로 활용한다고 하지만, 이는 결국 공공재원을 국민부담으로 마련하겠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정부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정책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런 때일수록 정책 입안자는 주변을 차근히 살피고 상황을 보아가면서 순리에 따라 정책을 구상하고 펼치는 지혜가 더욱 필요하다. <김문경(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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