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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불법도청과 국민의 알 권리

장용국<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안기부의 불법도청사건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과거사 진상규명과 같은 차원에서 철저하게 밝혀질 필요가 있다. 단지 언제, 어디서, 누구에 대한 불법도청이 있었다는 정도의 사실만을 밝히고 불법도청에 직접 관여한 몇 사람만을 형사처벌하는 선에서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지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건을 축소하고 싶은 측에서는 “미림팀 선에서 고급정보를 얻기 위해 상부의 지시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불법도청을 했을 뿐이다”고 말하겠지만 불법도청에 적지않은 안기부 예산이 배정ㆍ집행됐을 것이므로 미림팀의 상급자들이 불법도청과 무관하다고 하는 설명은 설득력이 약할 것이다. 검찰이나 경찰과 같은 수사ㆍ정보기관에도 감청장비가 있으므로 그 활용실태가 적법한지 여부를 이번 기회에 함께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다음 불법도청으로 얻어진 녹음테이프의 내용을 철저하게 분석해 가능한 넓은 범위에서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 도청내용 중에 범죄행위가 포함돼 있다면 이를 단서로 삼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사생활의 비밀(Privacy)에 속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본인들의 동의가 없는 한 공개해서는 안된다. 공무원이 아닌 사람들끼리의 대화내용은 그들이 비록 유명 연예인, 정치인, 언론인, 재벌이라 하더라도 공개의 대상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사람들의 대화 내용으로서 그것이 직무와 관련 있는 것이라면 국가비밀에 속한 사항이 아닌 한 정보공개 내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끝으로 불법도청으로 수집된 정보가 미림팀의 상급자들에게는 어떻게 보고가 됐으며 안기부는 그러한 정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국가 최고정보기관인 안기부의 정보는 정확성이 생명일진대 그 내용이 상부에 보고될 때는 그것이 어떻게 얻어진 정보인지도 함께 보고됐을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이다. 상급자가 미림팀의 보고를 받은 뒤 그냥 개인적으로 알고만 있었는지 아니면 그러한 정보보고를 통해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할 것이다. 리처드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했다. 이번 불법도청사건에 대한 처리가 미흡하게 될 경우에는 제2, 제3의 도청사건이 재발할 것이며 국민들끼리 서로 의심해 마음속에 있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불행한 사태가 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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