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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3월] '달러 쏠림' 세계 유동성 위기 부채질

美금융시장 추락불구 "그래도 달러가…" 인식 확산<br>한국·브라질등 개도국 스와프 한도도 빠르게 소진




동유럽발 2차 글로벌 금융위기가 현실로 다가올 것인가. 라트비아에 이어 지난주 헝가리ㆍ루마니아가 외채를 갚지 못해 IMF에 수천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등 동유럽 국가부도 도미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세계 최대 금융그룹인 씨티의 국유화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면서 미국 주식시장은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씨티를 시작으로 미국의 주요 은행들이 잇달아 국유화될 것이란 전망은 구제금융의 끝이 아닌 금융시장 혼란의 또 다른 서막을 예고하는 느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의 금융시장이 갈수록 나락으로 떨어지는데도 미 달러가 엔화ㆍ유로화 대비 강세를 보이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프리 유 UBS 투자전략가는 이와 관련,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안전한 곳은 달러밖에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지난해 말까지도 강세를 보였던 엔화 등 주요국 통화를 줄곧 내다팔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풍경이 벌어졌다. 미 재무부가 신규 발행한 320억달러의 5년 만기 국채가 시장에 나오기가 무섭게 동이 나버렸다. 각국 중앙은행은 물론 기관투자가들이 앞 다퉈 미 국채를 사들인 것. 이날 인수된 금액은 미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2006년 상반기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미 수조달러의 재정적자에 신음하고 앞으로도 경기부양 재원 마련을 위해 수조달러의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미국에 되레 돈이 몰리는 비정상적 현상이 발생한 셈이다. 지난주 단행된 미국 정부의 씨티그룹 국유화로 금융주 주가가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 같은 시장 혼란이 오히려 안전 자산 수단으로서의 달러에 주목, 달러 쏠림을 가속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투자자들의 마지막 도피처로서 달러화 수요가 더욱 급증하고 있고 이는 기관투자가 및 기업의 달러 회수로 이어지면서 한국 등 개도국의 외화 유동성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있다. ◇달러 쏠림이 유동성 위기 부채질=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엔화ㆍ스위스 프랑 등 세계 주요 통화를 불안전한 달러화에 대한 대안으로 생각하며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었다. 여기다 과거 엔화 초저금리 시절에 달러화 등 고금리 수익을 노리고 대거 국제 금융시장으로 빠져나갔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역류하면서 지난해 엔화는 달러화 대비 23% 상승했었다. 스위스 프랑도 같은 기간 6% 상승했다. 하지만 올 들어 동유럽발 금융위기 우려에다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의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달러 강세 독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은 지난 4ㆍ4분기 성장률이 -12.7%로 1974년 오일 쇼크 이후 최악을 기록했고 1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0%로 사상 최악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에 실물 침체까지 겹치며 일본 엔화는 올 들어 달러화 대비 7.2% 떨어졌다. 스위스 프랑도 올 들어 8.7% 하락했다. 프랑스 악사인베스트먼트의 악셀 보트 전략가는 “미국의 막대한 부채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다”며 “하지만 현재 같은 혼란 상황에서는 달러만이 유일한 안전 자산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어 달러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개도국 외화유동성 악화 우려=세계 주요 정부는 물론 기관투자가ㆍ기업들의 달러 사재기가 심화하면서 개도국의 외화 유동성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바닥 모르게 추락하는 루피아화를 떠받치고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주 미국에 달러 스와프를 요청하는 등 개도국들은 한푼의 달러라도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나마 미국 등과의 통화 스와프를 통해 무제한의 달러 유동성을 확보해놓은 유럽연합과 영국ㆍ스위스 등 선진국은 적어도 달러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 있다. 하지만 브라질ㆍ멕시코ㆍ한국 등 제한적 달러 스와프 협정을 맺은 개도국은 스와프 한도를 빠르게 소진하고 있어 점차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들 국가에는 환투기 세력까지 가세하며 달러 가수요가 급증, 자국 통화 가치가 곤두박칠치고 있다. 멕시코 페소가 지난주 말 사상 최저치로 폭락했고 스웨덴 크로나화도 유로화 대비 사상 최처지인 유로당 11.4710크로나를 보였다. ◇미 은행 국유화 소식으로 시장 혼란 가중 우려=지난주 말 전격 단행된 씨티그룹의 국유화는 시장 안정의 단초가 아닌 더 큰 국제금융시장 불안의 서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국유화 소식에 따른 불확실성에다 AIG가 300억달러의 추가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정도로 부실이 커진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금융권의 추가 잠재 부실이 속속 드러나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국유화 소식이 알려지면서 씨티그룹 주가가 30% 이상 떨어지는 등 BOA 등 공적자금 수혈 가능성이 있는 대형 은행 주가가 줄줄이 급락한 것이 이를 대변해준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 은행 국유화가 점점 부실이 커지고 있는 미 은행들을 살리기 위한 최후 수단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국유화에 따라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줄줄이 예상되는 미 은행 국유화로 주주ㆍ채권자의 손실 부담폭이 어느 정도가 될지에 시장이 떨고 있고 이는 미국 시장을 넘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가뜩이나 달러화 쏠림이 일고 있는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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