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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벗는 판·검사 크게 줄듯

"변호사시장 경쟁 치열하고 불황인데 나가면 뭐하나"<br>정기인사 앞두고 명예퇴직 신청·개업 준비 '주춤'<br>인사적체·승진경쟁 가열등 부작용 우려 목소리


변호사 1만명 시대의 무한경쟁에다 불황까지 겹치면서 판ㆍ검사들의 개업이 주춤하는 분위기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연수원 수료나 법원ㆍ검찰의 정기인사가 연초인 2∼3월로 예정돼 있지만 과거와 달리 개업을 준비하는 판ㆍ검사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법원의 경우 전년에 정기인사를 앞두고 70여명의 판사들이 법원을 떠났지만, 올해는 이보다 훨씬 못 미치는 50~60여명만이 법복을 벗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법원행정처의 한 관계자는 "정기인사를 앞두고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지만, 변호사 업계가 불황인 만큼 과거보다 사직하는 판사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대한변호사협회 신규등록 변호사 추이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신규변호사는 2007년 904명에서 지난해 950명으로 증가하다, 올해는 12월말 현재 872명으로 급감했다. 신규변호사 숫자가 800명대로 주저앉기는 최근 3년 만에 처음이다. 검찰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처럼 기수나 승진에 얽매이지 않고 정년까지 남아있는 검사가 매년 늘고 있는 것. 올 하반기 검찰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16기 이상 검사는 전국 고검에 27명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 법무부의 한 검사는 "변호사 업계가 불황인데다 수입이 불안정한 변호사보다는 검사로 남아있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과거와 달리 판ㆍ검사들이 인사시즌을 맞아서도 요지부동인 것은 변호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데다, 불황까지 겹쳐 '바깥세상'이 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판ㆍ검사를 지내고 변호사를 개업하면 2~3년내 평생 먹을 것을 번다는 말은 이미 '구문'이 된 지 오래됐고 설령 '신화'를 만드는 변호사가 있다고 해도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게다가 지속적인 논란이 돼 온 '전관예우' 관행도 급속히 사라져 법무법인(로펌)의 고위직 전관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조직'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는 "로펌들이 이미 상당수의 전관들을 확보한데다 경기가 좋지 않아 추가적인 영입은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처럼 인간적인 정에 얽매여 전관을 영입하는 사례도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펌에 영입 되더라도 2~3년 후의 불안한 미래 때문에 이직을 망설이는 분위기도 있다. 다른 대형 로펌 관계자는 "법원장이나 부장판사, 부장검사 등을 영입할 계획을 짜고 있지만, 요즘에는 변호사를 하더라도 2~3년 후의 미래를 자신하지 못해 선뜻 응하지 않고 있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행정법원의 한 단독 판사는 "법원에서 10년 이상하면 어느 정도 법조계도 알고 해서 자신감이 생겨 개업을 많이 했는데, 최근에는 변호사 개업해도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는데 선뜻 나가려 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의 여러 여건이 옷 벗을 결심을 하기 쉽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인사적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원의 경우 명퇴신청이 저조하면서 내부 승진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고법 배석판사는 고법부장 승진을 위해 거쳐야 할 코스로 인식되면서 단독판사들의 지원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법원 행정처는 이 같은 과열을 막기 위해 최근 이례적으로 '고법 배석을 지원하지 않아도 일선 지법 단독으로 남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매년 150여명씩 신입 판사는 들어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고참 판사들이 떠나지 않고 있어 법원의 인사적체가 심해 지고 있다"고 말했다. 옷 벗는 판ㆍ검사들이 급감하면서 법원과 검찰은 또 다른 풀기 힘든 난제를 만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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