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의 백56이 검토실의 모든 고수들을 놀라게 했다. 우변의 흑진이 시커멓게 부풀고 있는 마당인데 상변의 실리에 집착하다니. "이렇게 되면 흑은 무조건 두점머리를 두드려야 합니다."(최철한) 그런데 이세돌은 두점머리를 두드리지 않고 실전보의 흑57로 어깨를 짚어갔다. "하나 활용하고 나서 두드리겠다 이거군요."(최철한) 구리가 백58로 받자 이세돌은 5분을 쓰고 흑59를 두었다. 그제서야 최철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흑이 우변을 키우기 싫은 이유가 있어요."(최철한) "참고도1의 흑1 이하 5로 우변을 키우면 백6으로 내려서는 수가 마음에 걸리는 거예요. 그래서 흑은 실전보의 흑59로 둔 겁니다."(최철한) 흑이 참고도2의 흑2로 지키면 백은 3 이하 11로 둔다. 단패가 되는 것이다. 원래는 한 수 늘어진 패가 될 곳인데 백이 1선에 내려선 수로 인하여 단패가 된다. 이세돌은 그것이 싫어서 아예 우변을 키우지 않고 실전보의 흑59, 61로 중원키우기를 도모한 것이었다. 백62도 같은 뜻이다. 우변의 흑진은 그리 커지지 않는다고 믿고 좌변쪽 흑세력을 견제한 것. 그러나 김영삼8단은 백62를 완착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63의 자리에 뛰는 것이 정수였다는 것. 흑63, 65가 놓이자 우변은 둘째치고 중원의 흑세력이 여간 두터워진 게 아니다. 구리는 기세상 백66으로 머리를 내밀었지만 중원의 백 한 점이 무사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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