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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바다·황금빛 억새… 놀멍 쉬멍 걷다보면 제주 속살이 살포시…

9~12일 제주올레 걷기축제<br>제지기오름서 보는 섶섬·외돌개의 수평선…<br>페이스 페인팅·플루트 연주는 여행길의 덤

8코스의 종착점이자 9코스의 시작점인 대평포구로 가는 길에는 가을 정취를 머금은 황금빛 억새가 만발해 있다.

7코스는 외돌개를 거쳐 돔베낭길로 이어진 해안도로가 압권이다. 올레꾼들이 해안길을 한가롭게 걷고 있다. /사진제공=제주올레(사진작가 강영호)

축제기간 6코스 바다숲길 정자 앞에서는 플루트 앙상블 연주가 펼쳐진다.

해질녘 붉은 노을로 물든 대평포구 앞 바다.

자동차나 버스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여행이 '점의 여행'이라면 놀멍 쉬멍(놀며 쉬며)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받아들이는 제주올레는 점을 잇는 '선의 여행'이라고들 한다. 미리 정해놓은 목적지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릴 때는 미처 만나지 못했던, 흙먼지가 일어나는 오솔길의 소박한 아름다움이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비릿한 내음이 자연스럽게 몸 안으로 파고드는 것이 제주올레 여행의 매력 아닐까. 올레꾼은 홈페이지(www.jejuolle.org)에서 코스의 특징과 교통이나 숙박 등 필요한 정보를 얻은 후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골라 '간세(조랑말의 제주어)'와 화살표, 리본 등의 표지판이 이끄는 대로 자유롭게 길을 걷는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제주올레를 제대로 즐기려면 제주의 초원을 꼬닥꼬닥(느릿느릿) 걸어가는 간세처럼 놀멍 쉬멍 천천히 가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올레꾼이 한데 모여 웃고 떠들며 걷는 '2011 제주올레 걷기 축제'가 오는 9~12일까지 제주올레 6~9코스 구간에서 일자별로 펼쳐진다. '사랑하라! 이 길에서'를 주제로 정한 올해 축제에서 올레꾼은 길을 걸으며 야외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감상하고 먹거리를 즐기면서 자연과 하나됨을 느낄 수 있다. 청명한 하늘과 푸른 바다 사이로 황금빛 억새가 춤추는 제주올레를 미리 다녀왔다. ◇6코스(9일)=서귀포시의 자연과 문화를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다. 쇠소깍을 출발해 보목자리로 유명한 보목리에서 제지기오름에 올랐다 이중섭 미술관을 만난다. 서귀포시 하효동과 남원읍 하례리 사이를 흐르는 효돈천 하구를 가리키는 쇠소깍은 원래 소가 누운 형태를 닮았다는 이유로 쇠둔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얼핏 보기에 민물이 가득한 계곡처럼 보이지만 강물과 바닷물이 적절히 섞여 있기 때문이다. 제지기오름은 바다를 앞에 두고 100m 이상 솟아오른 오름이다. 난대림이 우거진 오름 입구에서 나무 계단을 오르다 보면 다른 오름과 달리 소나무가 유독 많다. 소나무 사이로 섶섬과 어우러진 보목포구가 눈길을 잡아끈다. 이중섭 거주지로 가는 길은 호젓하고 초가집 그대로 복원된 옛집은 소박하다. 지난 1951년 서귀포로 내려와 살던 이중섭은 '섶섬이 보이는 풍경' '서귀포 환상' 등 주옥 같은 작품을 남겼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서귀포 KAL호텔 앞에서 6코스의 아름다운 비경 중 하나가 끊겨 리조트 단지를 돌아가게 되는 것. 2009년 초 호텔 측이 갑자기 호텔 안으로 난 올레길을 폐쇄하면서 바다를 바라보며 걷던 오솔길 대신 위험한 차도로 우회하게 됐다고 한다. ◇7코스(10일)=올레꾼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이 구간은 외돌개를 거쳐 돔베낭길로 이어진 해안이 서귀포 70리 가운데 가장 걷기 좋은 길로 정평이 나 있다. 바다에서 20m 솟구친 바위기둥인 외돌개는 바위 머리에 소나무 몇 그루가 자라고 있어 사람의 머리카락처럼 보인다. 장군 모습으로 변장해 몽골 오랑캐를 물리쳤다고 해서 '장군석', 고기잡이 나간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망부석이 된 것이라 해 '할망바위'라고도 부른다. 돔베는 제주 사투리로 도마, 낭은 나무를 뜻하는 말로 예전에 도마처럼 잎이 넓은 나무가 많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연생태길인 수봉로는 올레 개척기인 2007년 12월 길을 찾아 헤매던 올레지기 김수봉씨가 염소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삽과 곡괭이만으로 길을 만들어 유명해졌다. 한 사람의 노고 덕분에 수많은 올레꾼이 행복하게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8코스(11일)=바다에 밀려 내려온 용암이 굳으면서 절경을 빚은 주상절리와 흐드러진 억새가 일품인 열리 해안길을 지난다. 해녀들만 다니던 울퉁불퉁한 바윗길을 해병대의 힘을 빌어 평평한 길로 복원한 해병대길은 주변 풍경 덕에 유명세를 탔으나 지난해 여름 바위 2개가 떨어진 후 공식적으로는 출입이 통제됐다. 현재는 해병대길 가는 길목부터 길을 우회해 논짓물까지 가야 한다. 우회로는 자연생태마을 예래동을 지나며 총 길이는 6.3㎞이다. 종점인 대평리는 자연과 어우러진 여유로움이 가득한 작은 마을로 안덕계곡 끝자락에 바다가 멀리 뻗어나간 넓은 들이라고 해 '난드르'라 불린다. ◇9코스(12일)=작고 정겨운 대평포구에서 시작해 말이 다니던 '몰질(말이 다니던 길)'을 따라 걸으면 절벽 위에 박수기정이 나온다. 박수기정은 대평포구 옆에 병풍처럼 놓인 깎아지른 절벽으로 '박수'는 암반에서 일년 내내 맑은 샘물이 솟아나와 이 물을 바가지로 마신다는 의미이며 '기정'은 벼랑을 뜻하는 제주 사투리다. 고려 시대 품종 좋은 제주 조랑말을 박수기정 위의 드넓은 초원에서 키워 몰질을 통해 대평포구로 옮겨 배에 실어 원나라로 보낸 데서 유래한다. 박수기정은 보리수나무가 우거진 볼레낭(보리수를 뜻하는 제주 방언) 길로 이어진다. 제주의 원시 모습을 간직한 안덕계곡은 제주의 감춰진 속살을 제대로 보여주는 대표 비경이다. 축제 기간 주최 측은 각 코스에서 페이스 페인팅, 플루트 앙상블 연주, 무공스님의 대금 연주, 사랑하는 사람에게 엽서 띄우기 이벤트, 마임니스트 후루타 아츠코의 마임 공연 등 다양한 공연과 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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