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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기업이 그랬다면 망한다"

고객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 문의할 때 몇 분 만에 답변을 줄 것이라는 멘트 한마디에 따라 고객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초인종을 누르고 난 뒤 문이 열릴 때까지, 혹은 열리지 않을 때 어떤 서비스를 해야 하는지…. 상당수 기업들은 고객들의 이런 짧은 기다림도 그냥 방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느끼는 고객의 불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만족도와 실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초인종 효과(doorbell effect)’다. 기업들은 이 같은 미세한 부문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해결하기 위해 고민한다. 이 상황을 대불산업단지 ‘전봇대’ 문제에 적용하면 한마디로 빵점이다. 기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많은 민원에도 5년 동안 처리하지 않고 방치해온 담당부서 직원들은 문책이 아니라 해고감이다. 그런 기업 역시 살아남기 힘들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대불산단의 전봇대를 사례로 지적한 탁상행정의 문제점과 현장 중심의 규제 개혁 필요성은 더 언급할 필요가 없다. 백번 공감이 가는 말이고 새 정부가 당연히 추진해나가야 할 개혁 방향이기 때문이다. 중앙부처ㆍ지방조직ㆍ공사 어느 곳이라 할 것도 없이 이런 문제가 만연한 게 관(官)조직이다. 하지만 더 따져봐야 할 게 있다. 이 당선인이 대불산단의 전봇대를 탁상행정 사례로 꼽은 이후의 처리 과정이다. 지난 5년간 해결되지 않던 전봇대 문제가 이 당선인의 한마디에 바로 처리됐다는 소식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대불산단에서 대형 선박 블록을 움직이는 데 장애가 되는 전주 2개 중 하나는 바로 철거하고 다른 하나는 2~3일 후 철거하기로 했다. 이 당선인의 말이 전해지자마자 산업자원부가 부랴부랴 점검반을 현지에 파견하고 한전 직원들도 급파돼 해결한 덕분이다. 이 당선인이 그것을 해결하라고 지시한 것도 아니고 단지 탁상행정의 한 사례로 지적한 것일 뿐인데도 말이다. 근본적인 민원 처리보다는 상전의 눈치만 본 전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불산단의 전봇대만 해결할 게 아니라 이런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어야 더 옳았다. 또 하나 짚어봐야 할 것은 이틀 만의 해결 과정이 합당했느냐는 것이다. 단기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다른 것은 다 무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전봇대 이설 작업이 펼쳐진 지난 20일 대불산단에는 겨울비가 내렸다. 비오는 날에는 가급적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관례가 무시됐다.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이유일 것이다. 대불산단에는 다른 문제도 많은데 오로지 전봇대 문제만 해결했다는 입주업체들의 불만이 전해지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기업이 이랬다면 고객은 외면한다. 이런 단기성과주의는 더욱이 커다란 부작용을 낳는다. 최고의 고객서비스로 유명한 미국 노드스트롬백화점의 사례는 한번 곱씹어볼 만한 반면교사다. 노드스트롬백화점은 1990년대 초 직원들의 성과평가기준으로 ‘시간당 매출액’ 개념을 도입했다가 심각한 실패를 경험한다. 외견상 시간당 직원들의 판매실적이 늘어나면서 이 회사의 매출도 증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직원들이 일ㆍ주 단위로 매출실적이 부진하면 자신의 신용카드로 자신이 담당하는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며칠 후에 다른 지역 매장에서 환불받았기 때문이다. 매출로 잡혔던 물건의 상당 부분은 반품됐고 고객서비스 역시 악화됐다. 직원들이 매출을 높이는 데만 급급해 고객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거나 부족한 물품을 제때 준비하는 데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관조직은 이보다 더 심할 수 있다. 대민(對民), 대기업(對企業) 서비스의 개선 여부는 피부로 느끼는 것인데 단기성과를 요구하면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봇대 해결 과정 역시 이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한달 뒤면 ‘CEO 대통령’을 표방한 새 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대불산단의 전봇대 문제는 어떻게 관의 대민(對民) 서비스를 생존을 건 기업의 서비스처럼 바꿔나가느냐의 과제를 안겨준 상징적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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