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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중국 불량생수 파문 진짜 속내는 중앙-지방정부 이권다툼

중국 1위 생수기업, 품질 지적한 관영매체 명예훼손 고소<br>지방정부 기준 제각각… 업체 유착 가능성 등 허점많아<br>중앙 새 표준 추진하자 "비리의혹 불거질라" 전전긍긍

지난달 중국 내륙으로 들어가는 홍콩 셩수이역에서 한 여성 승객이 분유 등 아기용 물품을 잔뜩 든 채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아래 사진은 지난달 30일 홍콩 몽콕의 한 상가에서 중국인 쇼핑객들이 아기용 분유를 들여다 보는 모습이다. 지난 2008년 중국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중국 아줌마들의 분유 원정 쇼핑이 사회문제화하자 지난 3월 홍콩 정부는 1인당 분유 구매 물량을 하루 2캔으로 제한했지만 중국인들의 분유 싹쓸이는 끊이질 않고 있다. /자료=블룸버그


중국의 불량식품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폐식용유를 재활용한 하수구 식용유, 멜라민 분유 등은 중국 먹을거리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고 있다. 최근에는 쥐와 여우 고기로 만들어진 가짜 양고기가 유명 훠궈 프랜차이즈에까지 납품됐다는 소식에 중국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번에는 물이 문제다. 그것도 중국 내 1위를 달리고 있는 생수업체인 농푸산취안의 물이 수돗물보다 못하다는 언론의 지적을 받으며 중국인들이 들끓고 있다. 경제관찰보는 사설에서 생수(광천수)가 식용유와 분유에 이어 3대 못 믿을 먹을거리로 올라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번 생수파동은 과거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불량으로 문제제기를 당한 식품업체가 곧바로 꼬리를 내리고 사과를 하던 전례와 달리 관영매체와 소송전이라는 막장드라마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왜 농푸산취안이 관영매체를 상대로 소송전에 뛰어들었을까. 중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생수전쟁'이 단순하게 품질 문제가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이권다툼이 걸려 있기 때문에 관영매체와의 소송전도 불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품질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농푸산취안과 언론의 충돌은 표면적 문제일 뿐 그 이면에는 지방정부의 이권을 중앙정부가 건드리기 시작하며 갈등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생수전쟁 관영매체와 소송전으로=생수전쟁은 경화시보가 농푸산취안의 생산품질 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됐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경화시보는 4월10일부터 지금까지 총 67개면에 걸쳐 농부산취안의 생산품질이 수돗물보다 못하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당시 경화시보는 생수품질 검사 항목은 21가지로 106가지인 수돗물보다 훨씬 적다며 품질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수돗물에서는 대장균이 검출되면 안되지만 생수제품에는 100㎖당 3마리 미만이면 합격판정을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경화시보는 '산천수'라는 제품이 '광천수'와는 또 다른 품질기준이 적용돼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며 농푸산취안을 직접 거론했다. 보도가 나간 후 베이징시는 농푸산취안의 생수 생산을 잠정 중단시켰다. 이에 지난 6일 농부산취안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의 생수 품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며 경화시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6,000만위안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식품 품질 기준은 표면적 문제에 불과=농푸산취안과 경화시보의 생수전쟁은 일단 품질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제도상 허점에서 출발한다. 중산산 농푸산취안 회장이 "중국 내 생수의 국가표준은 없다"라고 말한 것처럼 중국 내 생수에 대한 표준은 지방마다 들쭉날쭉하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수들은 산천수ㆍ광천수ㆍ광물질수 등으로 나눠 서로 다른 표준을 제시하며 생산 지방의 표준을 따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생수업체들이 주장하는 표준에는 수은ㆍ포름알데히드 등의 독극물에 대한 검사는 물론 각종 발암물질에 대한 검사도 포함돼 있지 않다. 경제관찰보에 따르면 수질 전문가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수의 발암물질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광천수는 50%, 광물질수는 66.7%, 산천수는 71.4%가 합격했을 뿐이다.



물론 중국 정부가 정한 음용수 표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토자원부가 정한 느슨한 표준이 있지만 이는 광천수에만 적용될 뿐 한 글자만 바꿔 판매되고 있는 산천수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생수전쟁 속내는 지방ㆍ중앙 이권다툼=농푸산취안과 경화시보가 벌이고 있는 생수전쟁의 속내는 중앙과 지방의 이권 다툼이다. 특히 주요 세원 중 하나인 생수업체의 이익에 따라 표준을 정했던 지방정부로서는 이번 생수전쟁이 자칫 비리 파문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농푸산취안은 저장성의 표준을 따르고 있다고 하지만 저장성 생수표준은 이미 5년 전 문제가 제기되며 폐지가 거론되기도 했다. 문제가 됐던 표준은 5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사용된 셈이다. 윈난ㆍ구이저우ㆍ후난ㆍ광저우ㆍ허베이 등도 각각 다른 표준이 적용된 생수를 생산하고 있다.

경화시보는 이러한 지방정부의 표준은 만들 당시부터 지방기업이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윈난의 경우 생수표준을 제정할 때 윈난다산ㆍ윈난티엔외 등 5개의 생수기업이 참여했고 광둥의 산천수 지표는 광둥정호 등 3개 업체가 표준제정에 참여했다.

중앙정부는 이번 기회에 생수 표준을 다시 정하고 관련기준을 정비할 방침이다. 류옌둥 부총리가 관할하는 중국국가위생ㆍ계획생육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생수를 포함해 5,000여종의 식용농산품 품질안전기준과 식품위생ㆍ품질기준을 정비할 계획이다. 지방정부에 맡겼던 산천수ㆍ광천수 등의 품질기준도 중앙정부에서 새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중앙정부는 식품 기준을 정비해 중국인들의 식품불안을 달래는 한편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지방정부와 지방기업의 유착을 방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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