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낮 런던의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베푼 오찬을 함께한 이후 궁내 여왕의 소장품이 전시된 ‘픽처갤러리’에서 여왕 내외와 선물을 교환했다.
여왕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선물은 총 4가지.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대형 초상화와 은쟁반, 여왕 내외의 사진이 들어 있는 은제 사진틀 2개, ‘바스 대십자 훈장(Grand Cross of the Order of the Bath)’이었다.
특히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초상화는 박 대통령이 평소 ‘롤모델’로 삼고 있는 정치지도자라는 점에서 영국 왕실에서 특별히 배려해 선물 목록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왕은 박 대통령에게 초상화를 왕실에서 기증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문서까지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전몰용사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무명용사묘에 헌화하려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방문했을 때도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묘지를 제일 먼저 찾았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박 대통령은 여왕을 위해 2가지 선물을 준비했다. 궁중음식을 담는 구절함과 홍삼 중에 최상급이라는 ‘천삼(天蔘)’을 전달한 것. 천삼은 여왕의 건강을 배려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또 여왕의 부군인 에든버러공에게는 전통공예품인 옻칠수국문함을 선물했다.
박 대통령과 여왕 내외는 픽처갤러리에 각자의 선물을 전시해놓고 선물의 의미를 일일이 설명하며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픽처갤러리에는 루벤스, 렘브란트, 반다이크 등 상시 전시돼 있는 미술품 외에도 박 대통령을 배려하기 위한 특별 전시품도 전시됐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소장품과 초상화, 빅토리아 여왕 시절 고종이 보낸 전신, 엘리자베스 2세가 1999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선물받은 자개함과 인형, 당시 하회마을 방문 때 받은 하회탈 등의 선물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한영 우호친선’ 친필 붓글씨 액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수여한 무궁화대훈장 등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버킹엄궁 볼룸에서 열린 여왕 주재 국빈만찬에서 다시 한번 최고의 영접을 받았다.
만찬장은 영국 왕실의 전통을 살려 16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ㄷ자 형’의 대형 테이블이 놓였고, 정중앙 여왕 자리 주변은 온통 꽃으로 장식돼 있었다.
여왕은 흰색 드레스에 왕관을 썼고, 박 대통령은 짙은 주황색 저고리와 꽃무늬가 그려진 아이보리색 치마의 한복에 여왕에게 수여받은 바스 대십자 훈장을 맨 차림이었다.
만찬은 오케스트라의 비발디의 콘체르토 작품 3번과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등 16곡의 잔잔한 연주와 스코틀랜드 백파이프 연주가 흐르는 가운데 진행됐다.
메뉴는 채소크림 소스를 넣은 데친 바다송어에 이어 이른바 ‘메인디시(주요리)’로 ‘포트 소스’를 곁들인 칠면조 구이로 짜여졌다. 여기에 감자 요리, 양배추쌈, 각종 가을야채, 배와 초콜릿 푸딩 등이 준비됐다.
이날 만찬 메뉴뿐만 아니라 와인 종류는 여왕이 선정했고, 테이블 세팅과 서비스 준비상황, 연설을 위한 마이크 작동 상태 등도 여왕이 사전에 직접 만찬장에 들어가 꼼꼼히 점검했다고 한다.
만찬에는 우리 측에서 공식수행원뿐만 아니라 허창수 전경련 회장, 한덕수 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기업인 대표, 새누리당송광호, 김진태 의원까지 26명이 참석했다.
영국 측에서는 웨섹스 백작(에드워드 왕자) 내외, 앤 공주 내외, 글로스터 공작 내외와 켄트 공작 등 왕실 인사와 정부측 주요 인사가 대부분 참석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로열 베이비’ 출산으로 영국을 들뜨게 한 윌리엄 왕세손(캠브리지 공작)의 부인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은 참석하지 않았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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