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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들어 세계 곳곳에서 폭설과 같은 기상이변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최근 한파주의보가 종종 발효되고 있는 실정이다. 매서운 추위는 전기사용량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름철 전력사용량이 최대치를 경신해온 전례를 깨고 이제는 겨울철에 최대 전력을 기록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올 들어서도 지난 7일 오전 전력수요가 7,142만㎾로 최대를 달렸으나 3일 만에 다시 7,184만㎾를 찍으며 기록을 재 작성한 바 있다. 가정에서 전기히터나 전기장판을 사용해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면 누진율이 적용되는 주택용 전기요금 구조 때문에 당장 개인은 평소보다 월등히 많은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값비싼 원료를 사용하는 발전소 가동이 늘어나 국가 경제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폐해를 줄이기 위해 한전은 부하관리를 통해 최대전력을 줄이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부하관리란 전기사용량이 많은 시간에 약정된 고객과의 협력을 통해 전력 사용량을 일부라도 줄이는 제도로서 전력수요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됐다. 일례로 전력수요 최대치를 경신한 10일의 경우 최대전력 수요는 7,184만kW였으나 수요관리를 통해 150만kW를 줄일 수 있었다. 부하관리가 없었다면 실제 전력수요는 7,334만kW에 달하며 전력예비율은 3.5%까지 떨어졌을 것이다. 이 같은 수요관리 효과를 단순 계산해도 화력발전소 3기를 대신하는 것이어서 재정과 온실가스 감축 등 유무형의 경제적 효과는 대단하다. 하지만 일부 고객이 참여하는 부하관리제도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전 국민이 겨울철 에너지 사용에 관심을 기울여 합리적으로 사용방법을 개선하는 것이다. 특히 고효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별다른 추가 노력 없이도 지속적으로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어 효율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조명기기ㆍ인버터ㆍ변압기 등 다양한 고효율 기기들이 개발돼 있으며 정부도 보급확대를 위해 다양한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 내 옆에서 쓰고 있는 전기기기가 고효율 제품인지 관심을 기울이는 것만으로 낭비를 줄이고 국가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에너지 자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꼼꼼한 에너지 사용은 에너지 공급능력의 확대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쓰는 습관이 국내외 오지에서 새로운 자원을 개발하는 것과 비슷한 기여를 한다는 사실이 한파 속에 되새겨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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