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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식에 `딴지' 스페인영화 2편 눈길

웬지 서늘한 대기감이 감도는 춘래불사춘의 계절에 차가운 공기를 뚫고 스페인 영화 2편이 찾아왔다. 상당히 뜨겁고 일반인의 상식에 딴지를 거는 고약한 영화들이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는 물론이고 우리 영화와도 스타일이 상당히 다르다.하나는 지난 80년에 만들어진 폭력영화이고 또 하나는 96년에 제작된 에로틱영화이다. 먼저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질주」. 제30회 베를린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흥행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낳았던 영화이다. 「카르멘」 「안나이야기」 「엘도라도」등 그의 영화가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카를로스 감독의 「질주」에는 젊은이들의 막무가내식의 인생질주는 보여주나 요즘 영화에서 일상화되다시피 한 굉음과 현란한 화면흔들기는 없다. 마치 다큐멘타리를 보여주듯이 탈선 청소년들의 일상적인 범죄행각이 천연덕스럽게 전개된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얼굴이 마냥 천진하고 그래서 또한 당혹스럽기도 하면서 애처롭기도 하다. 감독은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수백명의 뒷골목 젊은이들을 인터뷰해 주인공 4명을 선발했다고 한다. 파블로와 메카는 남의 자동차를 함께 훔칠 정도(?)로 친한 친구. 그들이 더욱 대담한 강도짓을 하기 위해 작당을 한다. 이 조그만 갱단에는 파블로의 애인 안젤라와 또 한명의 젊은이 세바스가 낀다. 4인조 남녀 강도단이 탄생한 것이다. 그것도 모두 천진난만한 표정들이다. 영화는 이들의 강도짓과 그같은 범죄행위에 대한 주인공들의 자각없는 무심함, 그럼에도 손상받지 않고 전개되는 도시 부르주아의 삶과 프롤레타리아의 어두운 뒷골목을 중첩시킨다. 그들에게도 역시 「내일은 없었다」. 모든 남자가 죽고난 뒤 홀로 땅거미가 지는 아파트 단지 밖으로 사라지는 안젤라의 뒷모습에서 감독은 70년대라는 난해한 시대를 살았던 유럽의 젊은 군상을 떠올리게 한다. 카를로스 감독은 배우들에게 연기를 요구하지 않았다. 마치 핸드 카메라를 들고 몰래 카메라를 찍듯이. 국내에 「하몽 하몽」 또는 「달과 꼭지」라는 영화로 잘 알려진 비가스 루나 감독의 「밤볼라」는 이탈리아의 한 시골을 배경으로 막무가내식 사랑을 담았다. 이탈리아어로 「킹카」쯤으로 해석되는 「밤볼라」라는 이름의 여인과 그의 남동생 플라비오가 사는 공간에 후리오라는 발정난 들개같은 사내가 쳐들어온다. 처음부터 이야기는 꼬여 있었다. 남매가 가게를 꾸리기 위해 돈을 빌린 유고라는 사내가 유원지에서 만난 낯선 사내 세티미오와 놀아나는 밤볼라를 보고 질투심에 불탄다. 그는 세티미오에 시비를 걸다 사고사를 당하고 세티미오는 감옥에 들어가게 되는데, 밤볼라가 그를 면회갔다가 역시 죄수 신분이었던 후리오의 몸과 마음을 빼앗아 버린 것. 감옥 안에서 대장 노릇을 하던 후리오는 세티미오와 밤볼라를 협박하면서 시한폭탄같은 사랑을 불태우는데, 밤볼라 역시 그의 야수성에 몸과 마음을 빼앗겨 간다. 도무지 가라앉지를 못하는 후리오의 욕정과 질투, 세티미오와 플라비오 사이에 움트는 묘한 동성애, 피학증에 시달리는 밤볼라의 모순. 감독은 결국 도덕을 비웃으면서 본능에 호소한다. 물론 자신이 보여주는 본능에 동의하지 않으면 화를 낼지도 모른다. 「밤볼라」에서 성문제를 바라보는 감독의 편견을 지우기는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밤볼라는 이탈리아 배우 발레리아 마리니가 후리오역은 쿠바배우 조르주 페루고리아가 맡았다.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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