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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장기호황] 2. 무너지는 고전 경제이론

98년 8월 8일의 일이다. 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 노조 설립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멀리 아칸소주에 있던 월마트 본사 간부들이 대거 찾아와 노조를 만들지 말라고 설득했다. 노조설립 핵심멤버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노조는 꼭 필요하다고 노동자들에게 역설했다. 투표 결과는 27대 54. 1주일에 210 달러의 저임금에 시달리는 근로자 다수가 노조 설립의 반기를 들었다. 노조를 만들어 봉급을 올리기 보다는 점포가 문을 닫아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더 큰 걱정이었다. 이날 메릴의 1366호 점포에 노조가 만들어졌다면 미국 최대 소매업체에 최초의 노조가 생기는 기록을 만들 뻔했다.80년대 2차 대전의 패전국이었던 일본과 독일에 밀려 2등 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던 미국 경제가 살아나는 배경은 여러각도로 설명할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조의 쇠퇴와 노동시장의 변화를 들 수 있다. 미국의 전국 노동조직인 AFL-CIO(미국 노동총동맹-산별회의)의 조직율은 55년 통합당시 35%에 이르렀다. 70년대 후반까지 25%를 유지하던 노조 조직율은 90년대말에 들어 14%대로 떨어졌다. 존 스위니 AFL-CIO 위원장은 『노조의 목표는 파이를 나눠먹는 것이 아니라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강경노조 멤버들이 들으면 거의 어용노조 수준이다. 미국의 장기호황은 고전적 경제 이론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노동운동이 쇠퇴했지만, 실업율은 30년만의 최저인 4.0%로 떨어졌다. 미국 회사는 경영수지가 떨어지면 언제라도 직원을 해고한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동요했지만, 요즘엔 아예 당연하게 보따리를 싸고 다른 일자리를 구한다. 80년대에 일본은 2.5%의 저실업율을 자랑할때 미국은 10%를 오르내리는 높은 실업율에 허덕거렸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미국 실업율은 내려가고, 일본 실업율이 상승, 98년엔 두나라 실업율 곡선이 한지점(4.4%)에서 만났다. 10년전 미국의 많은 경제학자들이 일본의 종신 고용제에 박수를 보냈다. 그들은 지금 일본의 고용제도를 바꾸라고 권고하고 있다. 장기호황이 무너뜨린 대표적인 이론이 「필립스 곡선 이론」이다. 이 이론은 실업율이 어느 한계점에 도달하면 인플레이션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실업율이 떨어지는데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또 긴축 재정이 경기 둔화를 초래한다는 고전 이론도 폐기됐다. 「주가=수익 기대율」이라는 등식도 바뀌었다. 90년대 들어 다우존스 지수는 5배나 상승했지만, 기업 수익율이 이를 따르지 못했다. 80년대 후반 영국에서 건너온 폴 케네디 교수는 저서 「강대국의 흥망」으로 미국을 뒤흔든 적이 있다. 그는 미국 경제가 효율 저하라는 수렁에 빠졌고, 미국은 군사, 경제적으로 쇠퇴할수밖에 없다고 설파했다. 그도 요즘 과거의 주장이 오류였다고 인정하고, 적어도 한세대동안 미국의 지위에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인영기자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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