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이번 방학에 토익학원 다니면서 꼭 900점을 넘겨야지', '이번 여름은 대기업 입사를 위해 인ㆍ적성검사 공부에 올인해야겠다'
한학기 동안 바쁜 학교생활을 잠시 접어두고 방학을 맞이한 대학생들의 마음 속은 답답하기만 하다. 어느 해보다 길었던 장마나 찌는 듯한 무더위 때문이 아니다. 갈수록 취업을 위해 해야 할 것들은 많아지지만 취업은 갈수록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방학 계획을 세우는 자체가 더 스트레스라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진행하는 중소기업 인식 개선을 위한 'SBC캠프'를 지원한 86명의 학생들의 마음은 사뭇 달랐다. 학교 취업센터를 통해 인쇄물로만 접하던 중소기업에 대해 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참가한 학생부터 대학생활 첫 방학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지원한 학생까지 이들의 눈빛은 기업을 이해하려는 열정으로 가득차 있었다.
특히 취업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졸업반 학생들의 관심은 남달랐다. 4학년생 김지윤 학생은 "취업을 앞두고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대해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참가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인천 송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진행된 SBC대학생 채움캠프는 '청년, 채움상사에서 성장의 날개를 펼치다'라는 타이틀로 2박3일간 열렸다. 중소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초중고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캠프 중 하나다.
중진공은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대학생 채움캠프(중소기업 취업을 위한 자신의 역량을 채움)를 비롯해 ▦초등학생 세움캠프(중소기업에 대한 개념을 세움) ▦중ㆍ고등학생 배움캠프(중소기업의 직무와 직업을 배움)를 진행했다.
채움캠프는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채움상사'라는 가상의 중소기업에 입사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참가 학생들은 3일간의 캠프와 이후 중소기업 체험이 이뤄지는 기간까지 채움상사의 일원으로 함께 하겠다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일정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주어진 미션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는 것.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과 비전이 맞는 회사를 선택하자는 의미다. 학생들은 각자 건강ㆍ명예ㆍ가족ㆍ소통ㆍ권력ㆍ끈기 등 다양한 것들을 써내려갔다.
'경험, 만족, 즐거움' 등을 적은 박태근 학생은 "휴학 기간 동안 1년반 정도 중소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면서 "이를 통해 내가 즐겁고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0만원의 예산을 가지고 내가 정말 갖고 싶은 가치관을 알아내는 '가치관 경매'를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일정은 중소기업에 대해 올바로 인식하고 편견을 없애는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다. OX퀴즈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진실게임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점과 중소기업의 장점을 알아갔다. 평소 잘못 알고 있던 사실들을 알게 돼 머쓱해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인하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서리다 학생은 "평소 자주 접했던 기업들 중에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인 곳들이 많아 놀랐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울러 학생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기업을 선택하고, 큰 조직과 작은 조직에서 어떤 식으로 업무가 진행되는지 체험하며 미래의 직장을 고를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또 한달짜리 팀별 프로젝트를 받아 밤잠을 설치며 팀원들간 머리를 맞대고 미션을 수행하기도 했다.
2박3일간의 캠프를 마친 서동재 학생은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던 중소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좋았다"며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중소기업에 대한 반감이 사라질 수 있었던 캠프였다"고 말했다. 강신형 학생은 "채움캠프 전까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는 크기, 매출 등이었다"며 "중소기업을 다시 보게 되었고, 내가 취업을 하거나 직장 생활을 하는데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