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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뉴 빅뱅] <2부> 글로벌 메이저리거를 향해 ② 한국의 골드만삭스 넘본다

주식매매 중개 넘어 PI·IPO시장까지 IB영토 확장 가속<br>홍콩·싱가포르 진출 증권사들<br>亞기업 한국증시 상장 주선 등 IB사업 강화·현지인력 확충 나서<br>아직은 소규모 딜 위주이지만 글로벌 IB 아성 뚫고 속속 성과

홍콩 센트럴의 익스체인지스퀘어3 빌딩에 자리잡은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에서 두 외국인 애널리스트들이 리포트 작성에 열중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은 최근 들어 자기자본투자(PI)에 나서는 등 투자은행(IB) 업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홍콩=송영규기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마천루 숲이 싱가포르 중심부에 위치한 래플스광장 주변을 뒤덮고 있다. /싱가포르=임진혁기자

홍콩 주룽(九龍)반도 침사추이 숙소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센트럴역 익스체인지스퀘어의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으로 향했다. 미래에셋증권 바로 아래층인 11층에는 지난 2009년 최고 투자은행(IB)으로 선정된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이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 금융투자회사가 글로벌 IB를 누른 것 같은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홍콩만과 주룽반도가 한눈에 보이는 사무실에서 이경영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대표와 마주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지금까지 알던 미래에셋증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내비쳤다. 그는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의 고객 수가 늘면서 수수료 수입 중 자산운용이 차지하는 부분이 이전에는 80%에 달했지만 올해는 60%까지 줄어들 것이고 조만간 40%까지 내려갈 것"이라면서 "1년 전부터 1,200억~1,500억원 규모의 자기자본투자(PI)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더 강화하기 위해 인력도 새로 뽑았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에 강점을 가진 미래에셋이 IB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외부의 선입견을 불식시키는 내용이었다. 미래에셋의 변신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 대표는 "기업공개(IPO)시장에 당장 들어가기에는 아직 우리의 역량이 미약한 상태"라며 "비상장사 중심으로 경험을 쌓은 후 IPO시장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청사진도 밝혔다. "매년 급성장하는 IB시장이 자산운용으로 성장한 미래에셋의 발걸음조차 바꾸게 한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번에는 대신증권 홍콩법인을 찾아갔다. 최근 홍콩 자오싱증권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중국 B주와 홍콩 H주에 대한 투자를 시작한 대신증권이지만 조주연 홍콩법인장의 생각은 그 이상을 달려가고 있었다. 조 법인장은 "최근 자오싱증권으로부터 IB딜을 같이하자는 제안을 받고 조만간 이와 관련된 라이선스(Type6)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현지에서 IB 관련 레코드를 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성장을 하려면 외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브로커리지(주식매매 중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자오싱증권이 해달라는 것만 한다면 우리는 '쭉정이'로 남을 수밖에 없는데 그럴 수는 없다. 결국 우리가 가야 할 길은 PIㆍIPO 같은 IB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를 위해 대신증권 홍콩법인은 조만간 IB 전담인력을 보충하기로 내부 결정까지 내린 상태다. 대우증권 홍콩법인 역시 마찬가지. 특히 대우증권은 IB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전문인력 채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김종선 대우증권 홍콩법인장은 "우리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 즉 한국과 아시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펀드(PEF)와 PI 투자, 그리고 중국계 등 외국 기업의 한국 증시 상장 주선에 IB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를 통해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의 자본시장으로 활동범위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홍콩 IPO시장은 글로벌 IB들이 장악하고 있다. 10억달러 이상의 딜은 거의 골드만삭스ㆍ모건스탠리 등 세계적 IB들만의 잔치였고 한국 증권사들은 아직도 1,000만달러 미만의 소규모 딜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수년에 걸친 한국 증권사들의 노력이 서서히 성과를 내면서 홍콩의 고착화된 구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익스체인지스퀘어3 건물 26층에서 만난 김범구 삼성증권 홍콩법인 부장은 "2009년 이후 삼성증권이 해낸 인수합병(M&A)과 IPO 딜은 총 10건, 31억달러(약 3조4,000억원) 규모에 달한다"며 "이중 일부는 UBS와 같은 글로벌 IB와 경쟁을 해 따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한국 증권사의 IB사업 능력이 글로벌 IB와 경쟁해도 일방적으로 밀리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홍콩에 진출한 우리나라 금융투자회사들이 IB에 대한 밑그림을 하나씩 그려나가고 있는 반면 싱가포르에서는 우리투자증권 한 곳만 그나마 IB조직을 갖춘 상태다. 싱가포르 래플스광장 지하철역에서 빠져나와 고층빌딩이 둘러싸고 있는 잔디 광장을 가로질러 우리투자증권이 있는 OUB센터 54층으로 올라갔다. 창 밖으로는 싱가포르투자청(GIC)ㆍJP모건 등이 입주한 캐피털타워와 함께 세계 각국 금융회사 건물이 내려다보였다. 박병호 우리투자증권 법인장은 "2월 싱가포르 IPO 라이선스를 신청했고 6개월에서 1년 정도면 획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IPO를 원하는 기업들에 한국과 싱가포르 양쪽 시장 진출을 제시할 수 있어 영업이 보다 유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전략은 글로벌 IB들이 손대지 않는 500억~5,000억원 규모의 기업 자금 조달과 같은 중소형 계약들에 주력하겠다는 것. 박 법인장은 "채권트레이딩과 브로커리지 등을 통해 수익성도 보전하면서 IB를 키워가겠다"며 "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 등의 풍부한 자원과 성장에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에 나가 있는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은 국내 IB 글로벌화의 방향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원대로 KTB투자증권 싱가포르법인 대표는 "교통과 통신이 발달됐다고 하지만 해외의 소규모 투자자나 기업들은 한국과 접촉할 방법을 못 찾고 있다"며 "더 많은 현지 인력을 활용해 해외 고객들을 상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근호 우리투자증권 싱가포르법인 기업금융담당 이사는 "인력만큼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며 "좋은 인력을 데려와도 이들이 일할 만한 환경과 제도가 없으면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해외 IB조직을 갖춘 회사를 인수해 시스템과 노하우를 얻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의견도 피력했다. 싱가포르의 강한 자외선 때문인지 체류기간이 긴 사람일수록 얼굴에 구릿빛이 강하게 나타났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IB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그을린 얼굴 속에서 미래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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