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주부 최모(36)씨는 수돗물에서 자주 녹물이 나와 아예 먹는 샘물을 집으로 배달해서 먹고 있다. 최씨는 살고 있는 아파트가 30여년이 다돼 급수관 노후로 녹물이 나온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는 급수관을 바꾸려면 건물 일부를 뜯어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는 급수관 교체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3년 8월 환경부가 수돗물 음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단 1%만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고 답했을 뿐이었다. 수돗물을 불신하는 이유로는 막연한 불안감(33.2%), 냄새(31.2%) 등 수질을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처럼 수돗물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자 환경부가 18일 ‘수돗물수질개선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환경부는 낙후된 급수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녹물이나 이물질이 수돗물 불신을 조장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수도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환경부 방안에 따르면 수도사업자(광역ㆍ기초자치단체장)에게 건물 내 급수장치에 대한 관리ㆍ감독 권한을 부여, 다중이용시설이나 공공시설 등에 급수관 세척의무가 부과된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낙후된 건물 내 급수관을 교체하려는 건물소유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현행 수도법은 수돗물을 공급받는 시민의 대지 경계선에서 수도꼭지 사이의 옥내급수관은 건물주 등이 관리하도록 규정, 공공기관의 관리ㆍ감독 사각지대로 방치해두고 있다. 이에 따라 쉽게 부식되는 아연도강관을 설치한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녹물이 발생해도 행정기관 차원의 대책마련이 불가능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94년 4월 이전에 허가된 건축물 53%에는 쉽게 부식되는 아연도강관이 설치돼 있다. 지난해 1월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526만가구 가운데 옥내급수관을 아연도강관으로 사용하는 가구는 전체의 50%로 추정된다. 환경부는 법 개정과 함께 오는 2009년까지 옥내급수관의 갱생ㆍ교체를 위한 새로운 기술 및 장비, 신소재 개발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매년 수돗물품질보고서를 발행, 수돗물 이용자들이 수질기준 위반내용, 시설개선대책, 수질검사 결과 등 관련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수돗물실명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또 정수장 운영인력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수장운영관리사’ 국가자격제도가 도입된다. 정부는 신설 또는 개량하는 상수도관망에 대해서는 일정 거리마다 점검구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번 대책을 반영한 수도법 개정안을 이달 말까지 마련,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올 8월까지 정부안을 확정,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수돗물을 취수하는 단계에서부터 마지막 수도꼭지까지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발견하고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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