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서 '큰손'들의 투자가 잠잠한 가운데 1억~2억원대 소형 물건을 찾는 '개미투자'가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서울 재개발지역과 경매시장 등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이 쌓이고 있는데다 집값 하락세를 보이면서 대체 투자상품을 찾으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재개발지역의 소형 지분 가격이 상승하고 경매시장에 투자 수요가 몰리는 등 부동산 소액투자 수요가 살아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곳은 서울시내 재개발 예정지다. 부동산정보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던 재개발 지분 가격이 지난 4월 들어 다시 오름세로 반전했다. 특히 1억~2억원대의 자금으로 투자가 가능한 20㎡ 이하 소형 지분의 가격 오름세가 눈에 띈다. 부동산114가 발표한 4월 서울 재개발지역의 규모별 지분 가격 변동률을 보면 20㎡ 이하 지분이 1.69% 올라 전체 평균(1.09%)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영진 예스하우스 대표는 "전반적으로 재개발시장이 아직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틈을 이용해 활발하게 움직이는 투자 수요가 눈에 띄고 있다"며 "지난해 가격이 급등한 한강변 재개발 지분 대신 최근에는 왕십리 등 기존 뉴타운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도심 접근성이 좋은 성동구ㆍ마포구 일대 재개발구역의 경우 20~30㎡ 소형 지분의 거래가 지난달부터 활발해졌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성동구의 K공인 사장은 "최근 재개발시장은 1억 5,000만원선을 기준으로 투자 수요가 갈라지고 있다"며 "초기 투자자금이 1억 5,000만원 이하인 물건의 경우 급매물이 나오는 대로 바로 거래가 되지만 그보다 비싼 물건은 투자자들이 선뜻 매입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에서도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 다세대 및 연립주택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지역 다세대 및 연립주택 낙찰가율은 2월 79.1%에서 3월 90.2%까지 반등했고 4월에도 91.3%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경매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좋던 아파트는 응찰자 수, 낙찰율, 낙찰가율 등 3대 지표가 모두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주택시장이 침체 상태지만 투자금액대에 따라 온도 차는 확연하다"며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대출을 최소화하면서 환금성이 좋은 소형 매물만 찾다 보니 연립ㆍ다세대 등으로 쏠림이 심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가시장에서도 수도권 외곽 단지 내 상가나 3층 이상 근린상가 등 초기자금 1억~3억원으로 투자가 가능한 상품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베이비붐 세대들을 중심으로 덩치가 큰 아파트를 줄이고 소형 상가 쪽에서 은퇴 이후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예전보다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