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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 국경절 연휴에 사상 최대인 21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방한한 가운데 이들이 명품 등을 싹쓸이 한 과거 쇼핑과는 달리 트렌디한 국내 중가 여성 의류를 대거 구매하는 등 개성있고 스마트한 소비 성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경우 최근 국경절을 맞아 한국을 찾은 유커 소비(1~5일)를 분석한 결과 국산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명품관을 포함한 전체 매출 6위에 처음으로 진입해 눈길을 모았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같은 기간 수입 고가 브랜드를 제치고 국내 여성 의류 브랜드인 '모조에스핀'과 '지고트'가 각각 3위, 7위에 올랐다. 현대백화점 역시 국내 패션 브랜드인 보브, 무이가 전체 매출 4, 5위를 차지했다.
화장품 중에서는 지난해 국내 업체 중 최초로 프랑스 파리의 대표 편집샵인 '꼴레뜨'에 입점하며 상품력과 독특한 패키지 등으로 눈길을 모은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투쿨포스쿨'이 롯데백화점 매출 5위에 들었다. 신세계에서는 유커들의 입소문을 탄 영국 향수 '조말론'이 최초로 화장품군 4위에 랭크됐다.
반면 남성군 매출은 고가 의류와 시계에 집중됐다.
신세계의 경우 작년 같은기간보다 남성 주얼리·시계가 54.1%, 남성복은 23.2% 늘었다. 특히 신세계의 패션부문 매출 4 ,5위는 남성 해외 브랜드인 '톰브라운'과 '발렌티노'로 남성의 구매력이 여성을 제치고 고가 브랜드에서 가시화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갤러리아백화점에서는 한 중국 VIP 여성고객이 1억원 상당의 바쉐론콘스탄틴 남성 시계를 구입하기도 했다.
전체 매출도 양호했다. 지난 1~5일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의 유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5% 올랐다. 본점 전체 매출 중 유커가 차지하는 비중은 17%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유커 매출은 지난해보다 각각 24.2%, 21.8% 늘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20%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의 여파 속에서도 올해 유커들은 평균 약 200만원을 지출하며 작년(150만원)보다 씀씀이가 늘었다"며 "2012년 객단가가 50만원 내외였음을 감안하면 계속 증가세"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소비 형태가 똑똑해지고 다양해지면서 SNS 소통을 통한 이야기 창출 등 유커 스스로 고유한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며 "여성 매출은 전통 명품군에서 벗어나 다양화 기조로 접어들었고 남성 의류·시계처럼 '정서적 여유'가 더해질 때 소비가 느는 상품군도 상종가를 보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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