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보이’ 리키 파울러(28·미국)가 남자골프에 ‘빅4’ 시대를 열 조짐이다.
파울러는 24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GC(파72·7,600야드)에서 끝난 유럽프로골프투어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총상금 270만달러)에서 16언더파를 기록, 1타 차 우승을 달성했다.
앞서 파울러는 조던 스피스(미국)-제이슨 데이(호주)-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빅3로 정리된 지난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플레이오프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빅4로 불리려면 메이저대회 우승이 있어야 한다”고 자세를 낮춘 파울러지만 유럽 투어에서 세계랭킹 1위 스피스와 3위 매킬로이를 물리치고 정상에 오르며 빅4로 불리기에 손색없음을 실력으로 증명한 것이다. 이번 대회에 세계 2위 데이는 출전하지 않았다.
2타 차 선두로 최종 4라운드를 출발, 1·2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손쉬운 우승을 예고했던 파울러는 7번홀(파3)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워터해저드 바로 옆에 걸린 것. 두 번째 샷이 반대쪽으로 훌쩍 넘어가는 등 오락가락한 파울러는 이 홀에서 한꺼번에 2타를 잃었다. 하지만 파울러는 다음 홀에서 마법을 부리며 바로 일어섰다. 먼 거리 벙커샷을 샷 이글로 연결한 것이다. 파울러는 후반 들어 지루한 파 행진을 계속하며 복병 토마스 피터스(벨기에)에게 1타 차까지 쫓겼지만 17번홀(파4)에서 칩인 버디를 터뜨리며 우승을 예약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피터스의 이글 퍼트가 살짝 빗나가 가슴을 쓸어내린 파울러는 어렵게 파 퍼트에 성공, 연장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스피스와 매킬로이의 새해 첫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지만 최후의 주인공은 1·2라운드를 스피스·매킬로이와 동반 플레이했던 파울러였다.
피터스가 15언더파 2위에 오른 가운데 매킬로이는 14언더파 공동 3위, 스피스는 11언더파 공동 5위로 마쳤다. 안병훈(25·CJ그룹)도 공동 5위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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