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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희망찾기] "시각장애인의 프로 뮤지션 꿈 현실로 만들어야죠"

<4> 한찬수 '4번출구' 대표

노력한 만큼 실력 인정받을 수 있고 장애 편견때문에 재능 묻히지 않는

장애인도 도전하는 환경 만들고 싶어

생업 탓 밴드 '4번출구' 해체했지만 공개 오디션 통해 반드시 재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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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5인조 밴드 '4번출구'는 고아원·양로원이나 환경미화원·소방관처럼 숨은 일꾼들이 부르면 어디든 달려가 노래를 불렀다.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공연 횟수만 250회에 이른다. 이제는 제법 이름이 알려졌지만 아마추어 밴드에 다른 생업을 가진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은 넘기 힘든 큰 벽이다. 4번출구의 창립 멤버이자 리더인 한찬수(55·사진) 대표는 고민 끝에 지난해 말 결단을 내렸다. 밴드를 해체했다. 재도약을 위한 선택이다.

최근 한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실력 있는 장애인들이 프로 뮤지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을 탄탄히 다져놓는 것이 새해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장애예술인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세웠다. 4번출구를 회사 이름으로 그대로 사용하고 새 멤버로 구성될 같은 이름의 밴드도 올 봄 선보이기로 했다. 4번출구는 부정적 숫자로 상징되는 '4'를 장애에 비유하고 '출구'를 붙여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의미다.

그는 "지난 2006년 밴드결성 후 12명의 멤버가 거쳐 갔는데 생업 때문에 음악 활동을 지속할 수 없어 원년 멤버는 나 혼자만 남았다"며 "대부분 안마사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처지가 항상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 자신부터 프로의 길에 도전했다. 전업주부 시각장애인 가수인 진주(예명)와 혼성 포크 듀엣 'B&W'을 결성하고 첫 싱글앨범 '반갑다 친구야'를 올해 초 내놓았다. "장애인이라고 대충해도 된다는 생각은 버리고 피나게 노력한 만큼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고 싶어요. 새 밴드 4번출구도 공개 오디션으로 전 멤버 출신을 비롯해 장애인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고 음악 활동만으로 인생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것입니다."

18년간 한국타이어에서 근무한 한 대표는 2004년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당시 한 기독교 복지관에서 운영한 악기교육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장애인들과 뜻을 함께해 밴드를 결성했다. 서울 사당동 일대 건물 지하실을 빌려 악보 없이 곡들을 연습했다. 선곡한 파일을 각자 듣고 개인 연습 후 모여 수십 차례 맞춰가는 방식이었다. 결성 직후 3~4년간 초청행사 자원봉사에 집중한 후 2009년부터 직접 찾아가 공연했다. 한 대표는 당시 서울 은평구의 한 고아원에서 연 첫 공연을 잊지 못한다. "고아원이라는 선입견에 아이들이 과연 우리 음악을 좋아할지 걱정이 됐지요. 하지만 이내 아이돌 그룹만큼이나 뜨겁게 반응해주는 것에 감동 받았어요. 공연 후 음악이 좋다며 한 아이가 잡아준 손길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4번출구는 소외계층을 위한 재능기부와 봉사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말 국민추천 포상으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고 방송사 밴드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해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장애라는 편견 때문에 아까운 재능이 묻히고 제2 인생의 기회를 박탈당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장애인들은 특별 대우가 아닌 동등한 기회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장애인예술문화재단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시각장애인 가운데 유독 많이 발견되는 절대음감의 실력자들을 발굴 육성하는 아카데미를 세우는 것이다.

자신에게 음악은 곧 출구라고 의미를 부여한 그는 "좋아하는 분야에 도전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올해를 인생의 새 출발점으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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