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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금융 시장이 순식간에 혼란 상태에 빠져 버렸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고점 대비 28% 하락했고 미국 다우지수도 13% 급락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지난 12일 2011년 8월8일과 8월9일(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처음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자본시장의 폭락이 실물경기와 금융 시스템 위기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일본 엔화가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에도 불구하고 초강세다. 엔화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엔·달러 환율이 하락할 경우 전 세계 주식 시장에서는 이를 위험 신호로 받아들인다. 엔·달러 환율은 최근 111엔까지 급락했다. 엔화 약세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기 전까지 국내 증시로 외국인 투자가가 복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증시가 단기 혼란에서 벗어나더라도 외국인의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다. 엔화 약세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기관은 일본중앙은행(BOJ)이다. BOJ의 대응책으로 추가 양적 완화와 공적연금을 통한 주식 매입 등이 거론되고 있다.
두 번째로 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수익성이 악화된 동시에 부도 위험 수준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급등하고 있다. 이제 시장의 화두가 경기에서 금융 시스템과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금융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국면에서는 성장주의 주가에 문제가 발생한다. 거품이 껴 있다고 판단되는 자산에 대한 매도가 가장 먼저 진행되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조선 업종의 '버블 붕괴'가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현재 미국과 국내 증시에서 성장주로 분류되는 제약·바이오 업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 원유 가격이 저점에서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다만 원유 시장의 경우 매도 혼란을 상대적으로 빨리 경험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원유 시장의 투기적 매도 포지션의 비중은 최고점 수준인 38%까지 급등한 후 최근 들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감산 논의와 함께 고려해보면 원유 과잉 공급 우려를 완화시킬 가능성은 있다. 또 실물 경기로의 위기 확대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의 정책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여기서 핵심은 달러 약세와 통화 완화정책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최소한 다음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전까지는 보수적인 시각으로 주식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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