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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한솥밥


한솥밥-문성해 作

기껏 싸준 도시락을 남편은 가끔씩 산에다 놓아준다

산새들이 와서 먹고 너구리가 와서 먹는다는 도시락

애써 싸준 것을 아깝게 왜 버리냐

핀잔을 주다가

내가 차려준 밥상을 손톱만한 위장 속에 그득 담고

하늘을 나는 새들을 생각한다

내가 몇 시간이고 불리고 익혀서 해준 밥이

날개 죽지 근육이 되고



새끼들 적실 너구리 젖이 된다는 생각이

밥물처럼 번지는 이 밤

은하수 물결이 잔잔히 고이는

어둠 아래

둥그런 등 맞대고

나누는 이 한솥밥이 다디달다


한솥밥 먹는 걸 식구라 하죠. 비금주수(飛禽走獸), 지구 생명의 조상은 모두 하나라죠. 당신이 싸준 도시락 덕분에 산새 울음 멀리 번지고, 남편이 놓아준 밥알 덕분에 너구리 엉덩이 실룩실룩 적막한 어느 모퉁이를 웃음 짓게 하겠군요. 설마 그런 모진 사람도 있을까요? 남편이 놓아준 밥 먹은 산새가 안 죽고 과수에 날아올까 봐, 너구리 가족이 불어 가을에 몰려와 고구마 밭 후빌까 봐, 저 차가운 밥풀을 발로 뭉갤 사람도 있긴 있을까요? 계절의 봄이 오면 마음의 봄도 같이 올까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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