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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는 사람과 신체 구조가 비슷해 난치 질환 연구나 신의약 개발을 위한 실험에 필수적인 존재다. 지카 바이러스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같은 고위험 바이러스 연구도 물론이다. 그러나 최근 바이오 산업이 국가적으로 중요하게 인식되면서 영장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등에서 실험용 영장류 자체를 자원 무기화하려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천연자원 못지않게 영장류도 빈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내년까지 전북 정읍에 영장류자원지원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충북 오창에 지은 국가영장류센터가 있지만 실험에 쓸 수 있는 특정 병원체 부재 동물(SPF) 영장류는 400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해 6월에서야 메르스와 같은 고위험 병원체 연구가 가능한 'ABL3' 등급을 받았다.
생명연은 정읍에 총 부지 7만2,744㎡, 건축면적 8,655㎡의 영장류자원지원센터를 짓고 국가 자원으로서 영장류를 적극적으로 사육할 계획이다. 지난해 이미 설계를 마쳤고 이제 기존 예비군 훈련장 시설 부지에서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 보유량의 10배 수준인 3,000~4,000마리까지 수용할 수 있다. 미니돼지와 쥐 등 설치류까지 포함한 국가영장류센터(부지 3만3,000㎡, 건축면적 4,765㎡) 두 배 수준의 시설이다.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가 세워지면 생명연은 △영장류 자원 대량 생산 체계 구축 △SPF 영장류 자원 국제 표준화 △고품질 영장류 자원 분양 및 연구 지원 체계 구축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파킨슨씨병, 뇌졸중, 바이러스 질병 등 신약 개발 지원 시스템을 확립할 방침이다.
국가영장류센터 설립 초기 센터장을 지낸 장 원장은 "국가에 실험용 영장류가 부족해 병원을 비롯한 의료·평가기관에 한 마리도 도입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2030년께면 바이오기술(BT) 산업이 정보기술(IT) 산업 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동남아시아로부터 질병 없는 상태의 영장류를 들여오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설립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영장류 실험은 전임상의 마지막 단계에 필요하기 때문에 자체 사육으로 최대 4,000마리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이 시설에서 기른 영장류를 범국가적으로 쓸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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