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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 명목 폴리텍대만 고용보험기금 등 지원 활발
전문대는 상대적 학생수 감소로 구조조정 압박 커지며 고사 위기
폴리텍대는 단기 직업훈련 통해 기능 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대학 학위 수준 고등직업교육은 전문대서 하도록 정책 조정 시급
정부가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기능훈련 중심의 산업인력 양성 기관인 한국폴리텍대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전문대들은 속이 편치 않다. 비슷한 학과 구조를 갖춘데다 해마다 학생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취업률이 높은 폴리텍대로 지원자들이 몰리면서 전문대들은 학생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폴리텍대와 전문대는 주무부처가 각각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로 나뉘다 보니 같은 교육기관임에도 적용되는 정책이 달라 전문대의 불만이 크다. 전문대는 학생 수 감소로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지만 노동부 산하인 폴리텍대는 산업인력 양성이 주된 목적이다 보니 계속해서 캠퍼스를 늘리는 등 전문대 영역을 잠식하고 있어서다.
최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난 이승우(60·사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겸 군장대 총장은 이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불만부터 쏟아냈다. 이 회장은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전국 대학들이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데 고용부 소관인 한국폴리텍대는 계속해서 캠퍼스를 늘리는 등 무풍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고용보험기금을 지원 받는 폴리텍대가 전문대에서 양성하는 전공 분야까지 개설하면서 국고 낭비와 비효율성이 커지고 있다는 불만이다. 이 회장은 "전문대와 폴리텍대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두 대학의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교육기관 구분상 전문대는 직업교육과 더불어 교양·인성까지 가르쳐 고등직업인재를 양성하는 곳이고 폴리텍대는 기능 훈련을 기반으로 한 산업인력 배출 기관이다. 폴리텍대는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에 따라 지난 2006년 설립돼 노동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교육훈련기관인 것이다. 현재 전국에서 34개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단일 대학으로는 가장 많은 캠퍼스를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청년 고용 확대가 정부의 핵심 정책이 되면서 폴리텍대에서 전문대 전공 분야를 신설하고 캠퍼스를 계속 늘려 전문대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지적이다.
이 회장은 "일반대와 전문대들은 대학 구조 개혁으로 강도 높은 정원 조정을 하고 있는데 폴리텍대는 대학 구조 개혁 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이러한 정책은 마치 '곳간의 앞문은 닫아놓고 뒷문은 열어놓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폴리텍대와 전문대 정원 수는 지난해 말 현재 각각 1만6,000명과 48만명 정도로 비교가 안 될 정도지만 현재와 같은 폴리텍대의 확장 기조가 이어지면 전문대의 학생 유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대 총장들의 우려이다. 실제 34개 캠퍼스를 갖춘 폴리텍대는 2018년까지 영천·밀양·성남 등 5개 캠퍼스를 추가로 신설할 계획이어서 인근 지역 전문대는 학생 모집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구나 폴리텍대는 고용보험기금 1,000억원 이상을 지원 받는 등 등록금 부담이 적어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폴리텍대의 한 학기 등록금은 113만원에 불과하다. 전문대 평균 등록금 557만원보다 440만원 이상 저렴해 학생 유치에서도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 회장은 이에 따라 "폴리텍대는 단기 직업훈련을 통해 기능 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고 대학학위를 받는 수준의 고등직업교육은 전문대에서 흡수하도록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나서 업무를 명확히 구분해야 마이스터고와 전문대로 이어지는 고등직업교육과 폴리텍대의 단기직업교육이 투 트랙(Two-Track)으로 안정되게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현재 전문대학 수업 연한이 일률적으로 2~3년에 맞춰져 있는데 전문대학 전공을 살펴보면 3년 내에 마치기 어려운 학과도 있어 이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산업 수요에 맞춰 숙련된 기술인을 양성하려면 전문대 수업 연한을 1~4년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대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일반대를 졸업한 뒤 전문대에 재입학하는 이른바 '유턴(U-Turn) 입학생'이 5,017명에 달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청년 취업률을 높이고 유턴 학생을 줄이기 위해 이런 사례들을 지속 발굴해 전문대 인식을 더욱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대의 경쟁력 강화도 이 회장이 고민하는 핵심 사안 중 하나다. 그는 "앞으로 백화점 같은 나열식 학과 개설은 줄이고 사회 맞춤형 실무교육을 더욱 강화해 '21세기 신(新) 실학운동'의 거점 교육기관이 되도록 전문대 총장들과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서울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지난 1979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관료 출신이다. 전북 순창군수와 전북 정무부지사를 거쳤고 2007년에는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을 지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군장대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2014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에 선출된 바 있다.
/강동효기자 kdhyo@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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