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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업계 '짬뽕 전쟁' 4국지

짜장에서 점화돼 짬뽕으로 확전 오뚜기· 농심 ‘쾌청’ 팔도는 ‘맑음’, 업계 3위 추락 삼양은 중화라면 시장서도 ‘꼬인다 꼬여’


짬뽕라면 시장이 뜨겁다. 시장에 먼저 진출한 오뚜기 진짬뽕이 거침없이 질주 중인 가운데, 라면업계의 절대강자 농심 맛짬뽕이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삼양식품(이하 삼양), 팔도에서도 각각 갓짬뽕, 팔도불짬뽕 등의 제품을 비슷한 시기에 내놓으며 짬뽕라면 시장 경쟁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짬뽕라면 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오뚜기의 진짬뽕이 유아독존(唯我獨尊)을 외치며 독점의 지위를 누렸던 1라운드 때와 비교하면, 현재는 농심 혈통의 맛짬뽕이 진짬뽕의 턱밑까지 추격한 모양새다. 시장에선 올해 1분기 내에 균형추가 어느 한쪽으로 확실히 기울 것이란 전망이 주류를 이룬다. 그동안의 라면 투쟁사를 보면 승기를 잡은 쪽은 기세를 몰아 더 많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해왔다. 이번 짬뽕라면 전쟁에 세간의 관심이 쏠려 있는 이유다.


농심, 라면시장의 게임체인저
전쟁의 시작은 농심으로부터 비롯됐다. 지난해 4월 농심은 짜장라면 브랜드 ‘짜왕’을 선보이며 라면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짜왕의 등장 전까지 라면업계는 다소 침체된 분위기였다. 매년 조금씩이나마 성장했던 라면시장 규모가 2014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라면시장 한계론’까지 대두됐다.

2011년부터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기 시작한 라면시장은 2013년 역대 최대 규모인 2조 100억 원을 기록하며 고점을 찍었다. 국내 라면시장 규모가 2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다음해인 2014년 1조 9,700억 원으로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졌다. 증권사들은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등 라면을 대체할 수 있는 편의식(便宜食)이 많아지면서 라면시장의 성장세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짜왕의 등장은 라면업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소비자들이 기존의 라면을 대체할 수 있는 간편식으로 새로운 종류의 라면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2015년 상반기 간편식 시장의 왕 중 왕은 짜왕이었다. 일반 라면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짜왕의 인기는 엄청났다. 짜왕은 출시 한 달만에 전체 라면시장 매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농심은 짜왕을 통해 짜장라면 시장을 독차지했다. 라면업계의 절대 강자 농심이 시장을 선점하자 나머지 후발주자들은 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짜장라면이 일반 라면과는 성격이 많이 달라 개발에 시간이 많이 걸린 것도 문제였다. 제품 출시가 늦어지면서 경쟁사들은 짜왕의 독주를 견제할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농심이 짜왕을 4월에 출시한 데 비해 오뚜기와 팔도가 7월에, 삼양이 9월에 짜장라면을 출시하면서 이 기간 짜왕은 여유롭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짜왕의 1월 현재 짜장라면 부문 시장점유율은 70~80%에 육박한다.


오뚜기, 진짬뽕으로 반격 나서
같은 해 10월에는 오뚜기가 짬뽕라면 시장에 기습적으로 진출하면서 농심을 비롯한 경쟁업체들의 허를 찔렀다. 오뚜기의 진짬뽕은 농심 짜왕의 인기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짜왕은 출시 두 달 만인 지난 6월 누적판매가 1,600만 개를 넘기면서 큰 화제가 됐는데, 진짬뽕은 같은 기간 2,000만 개 이상을 팔아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조용선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짬뽕라면의 준비 시기는 농심이나 오뚜기나 비슷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다만 농심은 신제품 출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어 전략적으로 짬뽕라면의 출시시기를 늦춘 것으로 보입니다. 짜왕이 굉장히 잘 팔리고 있는 상황에서 새제품을 내놓으면 아무래도 구매욕구가 분산돼 둘 모두에게 안 좋을 테니까요. 반대로 오뚜기는 짬뽕라면 출시를 서둘러야 하는 입장이었죠. 라면시장의 큰 흐름이 짜장라면으로 넘어가기 전에 판을 흔들어야 했거든요. 짜왕을 뒤따라 내놓은 진짜장이 크게 재미를 못 보면서 상황이 더 다급해졌습니다.”

오뚜기가 진짬뽕으로 짬뽕라면 시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자 경쟁사들도 서둘러 짬뽕라면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짜장라면 때와 비교하면 굉장히 신속한 모습을 보였다. 농심, 팔도, 삼양 등은 오뚜기의 진짬뽕이 출시된지 1달 만인 지난 11월 거의 비슷한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짬뽕라면을 출시했다.

짜장라면 시장이 농심 짜왕의 ‘절대 1강’ 체제로 빠르게 굳어진 데 비해 짬뽕라면 시장은 초기 진짬뽕의 엄청난 선전에도 불구하고 1월 현재까지 시장의 절대 강자가 가려지지 않은 모습이다. 여기엔 앞서 설명한 출시 시기 문제 외에도 먼저 시장 조정이 끝난 짜장라면 시장이 영향을 미쳤다.

조용선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앞서 짜장라면 때와는 다르게 짬뽕라면은 출시 시기가 아주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농심 맛짬뽕이 순식간에 치고 올라왔잖아요. 먼저 큰 히트를 친 짜왕 덕분에 소비자들이 짬뽕라면을 대할 때에도 농심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짜장면 잘 만드는 집이 짬뽕도 잘 만들지 않겠느냐 하는 심리로요.”


우울한 삼양, 미소 짓는 팔도
삼양은 짜장라면과 짬뽕라면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해 최근 ‘르네상스’라고까지 불리는 라면시장 흥행에서 완전히 소외된 분위기다. 삼양의 부진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줄곧 라면업계 2위 자리를 유지해왔던 삼양은 2012년 하반기부터 오뚜기에 조금씩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선 침체된 분위기의 삼양이 짜장라면 시장 공략에서 전략 미스까지 내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평가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라면업계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시작된 중화풍라면(짜장라면 + 짬뽕라면) 특수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도 삼양은 철저히 소외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에선 짜장라면 시장에서의 판단 미스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하는 곳이 많습니다. 지난해 4월 농심 짜왕 출시 이후 이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자 오뚜기와 팔도는 7월에나마 제품을 출시하며 조금이나마 숟가락을 얹었는데요. 삼양은 이보다 훨씬 늦은 9월 중순에야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들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그나마도 바로 다음 달인 10월에 오뚜기가 진짬뽕을 출시해 또 묻혀버렸고요. 또 짬뽕라면을 만든다고 만들긴 했는데, 한번 밀리니까 유통채널에서 매대를 찾기가 쉽지 않았죠.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팔도 역시 짜장라면과 짬뽕라면에서 농심이 나 오뚜기처럼 핫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팔도는 삼양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임민욱 팔도 홍보팀 차장은 말한다. “지난해 11월 12일 출시된 팔도의 짬뽕라면 브랜드 ‘팔도불짬뽕’은 월 평균 300만 개 정도가 팔리고 있습니다. 시장 반응이 매우 좋아 요청 수량은 많지만, 현재 저희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생산량 한계치가 300만 개밖에 안돼 공급량을 더 늘릴 수 없는 형편입니다. 현재는 생산루트 추가 확보를 고민하고 있는 중인데, 확보만 된다면 판매량이 더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덧붙인다. “팔도는 전략적으로 잘 따라간 케이스입니다. 짜장라면 출시가 늦었던 것을 중화요리의 대가로 꼽히는 이연복 셰프를 광고 모델로 영입하는 마케팅 전략 등으로 어느 정도 커버했죠. 농심과 오뚜기에 휘둘리지 않고 잘 따라붙은 거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분위기를 이어 짬뽕라면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고요. 삼양은 라면업계 2위 자리가 위태로울 때부터 뭔가 조금씩 엇나가는 모습이었는데, 이번 중화풍 라면 특수에서도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하면서 상황이 더 어렵게 됐습니다.”


주가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대박
현재 진행형인 짬뽕라면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오뚜기와 농심은 주가에서도 ‘부담스러울 정도’의 대박을 치고 있다. 2015년 1월부터 꾸준히 우상향하던 농심과 오뚜기의 주가는 짜왕과 진짬뽕 출시 이후부터는 상승곡선에 날개를 달았다.

특히 농심의 주가는 최근 역사적 최고가를 계속 경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월 20일 농심 주가가 사상 최초로 50만 원을 뚫은 이후 최근에는 이 가격대 안착을 시도 중이다. 짜왕이 출시된 지난해 4월 20일의 종가 24만 4,500원에 비해 100% 넘게 오른 가격(현재 주가를 50만 원이라고 가정할 시)에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주가수익비율(PER·현재의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무려 45배가 넘는다. 주가 수익비율은 크면 클수록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오뚜기도 만만치 않다. 오뚜기는 진짬뽕을 출시한 10월 15일 종가가 105만 1,000원을 기록했지만, 최근 주가는 130만 원대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진짬뽕 출시 이후 25%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보인 셈이다. 오뚜기의 주가 상승률이 농심보다 못한 이유는 농심 짜왕 효과로 오뚜기 주가에도 기대심리가 작용해 진짬뽕을 출시한 10월 전에도 6개월간 지속적으로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농심과 같이 4월 20일 종가(69만 9,000원)로 계산할 경우 오뚜기의 주가 상승률은 86%가 된다. 오뚜기의 PER 역시 45배 정도로, 짬뽕라면과 짜장라면 시장을 평정한 오뚜기와 농심이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프리미엄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기 유지될 수 있을까?
시장에서는 현재 농심과 오뚜기의 주가 수준이 더 이상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평가돼 있다고 평가한다. 오뚜기 진짬뽕과 농심 맛짬뽕의 팽팽한 인기가 어느 한 쪽으로 기울 경우, 식료품주들의 연쇄적인 급락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이런 평가나 분석과는 별개로 짬뽕라면에 대한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허니버터칩이 롱런하는 이유는 새로운 분류의 과자가 아닌 감자칩이라는 핵심 정체성을 바탕으로 이 기반 위에서 맛의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짜왕이나 진짬뽕도 한국인들의 일상화된 식사를 기반으로 음식 맛에 변화를 준 것이기 때문에 허니버터칩과 같은 길을 걸을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향후 비슷한 카테고리의 상품 출시는 줄어 들더라도 각 시장 1위 라면인 짜왕이나 진짬뽕은 스테티셀러로 정착해 고정 수요를 만들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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