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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내리자니 外人자본유출 가속… '1.5% 트랩'에 갇힌 한은

<하>기로에 선 한국은행

외국인 투자 8개월째 '마이너스'… 올해만 4조

변동성 커진 환율 등에 금리인하 압박 거세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여전해 내리기도 쉽잖아


한국은행이 '금리 트랩'에 빠졌다. 갈수록 나빠지는 경기지표 탓에 금리 인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워낙 높아서다. 외국인은 올 들어서만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4조원(2월 말 기준)을 빼갔고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큰 폭으로 출렁거렸다. 이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외국인의 자본유출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공산이 있다. 오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한은의 운신 폭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2일 한은이 발표한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1월 금융계정상 외국인 증권투자 순유출액은 45억2,500만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한다. 국제수지에서 집계하는 외국인 증권투자(증권투자 부채)는 외국인이 국내 주식·채권시장에 투자한 금액과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주식·채권시장에서 발행한 증권 금액을 더한 수치다.

지난해 6월 시작된 외국인 증권투자의 '마이너스 행진'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8개월 동안 순유출 규모도 233억8,700만달러(약 28조1,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307억3,400만달러)의 76.1% 수준이다. 2008년 당시 외국인 증권투자는 6월부터 순유출 행진이 시작됐고 그해 12월 들어 유입으로 돌아섰다.

올해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나라 주식·채권시장에서 4조500억원(2월 말 기준)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그나마 올 1월 3조1,600억원 순유출됐던 주식시장에서는 2월 소폭 플러스로 돌아섰다. 대신 자금유출이 채권시장까지 번졌다. 외국인이 2월에 채권시장에서 빼간 돈은 1조6,500억원이다.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들의 한국 이탈에 따라 급등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12월30일 기준) 1,172원50전에서 1,236원70전(2월29일 기준)으로 64원20전 올랐다. 중국 금융시장의 입김이 세지면서 변동성도 높아졌다. 2일 원·달러 환율은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등에 영향을 받아 전 거래일에 비해 9원20전 떨어진 1,227원50전을 기록했다. 향후 국내외 변수에 따라 앞으로도 환율이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자본유출 우려 등을 감안하면 통화당국이 쉽게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가 좋지 않다지만 자본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은이 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외국인 자금의 유출이 지속성인지, 아니면 일과성 이벤트인지 등을 따져보고 있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2월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유출은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이 멕시코와 남미에서 입은 대규모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3조원가량 원화 채권을 매도했기 때문에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며 "이후에 호주 중앙은행 등 '뉴머니'가 들어오면서 외국인의 '팔자' 분위기가 누그러졌다"고 전했다. 만약 외국인 자금 유출이 이 같은 시장의 분석처럼 일과성인 것으로 판명 난다면 한은이 금리를 조절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자본유출이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한은이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여전한 상황이라 내수를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면 자본유출의 '트리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본유출을 감내하고서 금리를 내려도 내수가 살아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경기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 기준금리가 아직 더 내릴 여력을 있다고 하지만 효과가 없는 만큼 한은도 긴 호흡으로 금리정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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