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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혁신 어디까지 왔나? 불필요한 회의줄이려 회의횟수까지 체크...전자 바이오 중심으로 1등 문화이식

구글, GE 등 글로벌 업체가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는 이달 초 ‘대리-과장-차장-부장’ 같은 직급을 없애고 각각 ‘프로’와 ‘담당’을 도입했다. 개인의 역할과 업무를 강조해 보다 유연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전자와 함께 삼성그룹의 핵심 사업군인 바이오가 기업문화 바꾸기에 나선 셈이다. ★본지 3월3일자 14면 참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바이오와 더불어 삼성의 미래를 끌고 갈 삼성전자도 직급 체계 간소화와 회의 축소, 유연하면서도 빠른 조직 운영 등을 뼈대로 하는 기업문화 개선에 나섰다. 실제 삼성전자는 반복되는 회의를 줄이기 위해 임원진의 회의 횟수까지 일일이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이 이제는 조직의 관료화를 뜻하는 수준이 됐고 중국 경기 침체를 비롯해 경영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15.8%까지 나왔던 분기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4분기 11% 대로 떨어졌다.

삼성의 고위관계자는 22일 “가전만 해도 우리의 점유율은 떨어지지 않는데 전체적인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으로 내부적인 위기감이 상당하다”며 “파격적인 혁신 없이는 위기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바이오와 전자 등 핵심 사업분야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고 회의를 줄이면서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24일 ‘스타트업 삼성, 컬쳐 혁신 선포식’을 수원 사업장에서 연다. ‘스타트업’에 중점을 둘 정도로 빠른 업무처리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중요시하겠다는 얘기다.

이런 변화 뒤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있다. 가상현실(VR)과 스마트카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이 부회장은 바이오도 그룹의 한 축으로 키우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만큼 핵심사업군을 중심으로 변화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순위가 다르다는 말이다. 사실상의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이 합병 후 시너지를 내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업황이 어려운 계열사는 상대적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사실상 그룹을 대표하는 계열사”라면서도 “예전과 달리 조직이 커져 쉽게 바뀌기 어려움에도 바이오 계열사와 함께 강력한 변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관심이 크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변화의 기준은 글로벌 IT 기업이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재계 고위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적이 있다”며 “GE는 1등을 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를 하고, 투자를 했으나 1등이 되지 못하는 기업은 과감히 매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화학계열사 빅딜을 포함해 이 부회장의 경영방식을 보면 GE식 경영방식이 많이 보인다”며 “앞으로도 1등을 하지 못하는 일부 계열사는 매각을 포함해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내부적으로도 구글과 페이스북, IBM의 사업군이나 조직문화를 보면 삼성의 변화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바이오는 첨단산업이어서 관련이 있지만 이들 기업은 화학계열사를 두고 있지 않고 백화점식 경영을 하지 않는다. 삼성의 공식부인에도 주택건설 사업부문 매각과 금융사업 철수설이 계속 떠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불필요한 의전을 없애고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그룹조직을 일부 통폐합한 것도 글로벌 IT 기업 기준에 맞춘다는 해석이 있다. 스포츠단에 대한 계열사의 지원을 줄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등 아니면 필요없다”는 원칙도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삼성SDI가 경영진단 후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 초격차 전략을 펼치기로 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에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업체에 오를 계획이다. 1등이 되기 위한 조직문화 개선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VR만 해도 페이스북과 함께 관련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계열사 의존도가 높은 제일기획은 상징성에도 프랑스 기업 퍼블리시스로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기업과 우리의 기업 토양이 다르고 일부 직원들은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사업재편과 매각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 제대로 된 변화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IT 기업에서 가져올 수 있는 좋은 점을 가미해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필·김현진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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