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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10대 뉴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45년이면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온갖 부침을 겪었을 시간이다. 카이스트의 45년 역사 속에서 세계와 국가, 국민, 그리고 카이스트 구성원들에게 큰 의미로 작용했던 이슈들을 꼽아봤다.





1. 첫 울음을 터뜨린 과학인재 양성의 요람
1960년대 박정희 정부가 들어서고 경제개발 계획이 본격화되면서 산업 발전에 필요한 과학기술 인력의 수요가 높아졌다. 하지만 당시 이공계 대학교육은 실험 설비는 물론 역량을 갖춘 교수진도 부족해 이론 중심 교육을 답습하고 있었다. 그러던 1969년 재미 과학자 정근모 박사에 의해 카이스트의 전신인 한국과학원(KISA) 설립안이 제시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전폭적 후원 아래 1971년 2월 16일 KISA의 설립등기가 완료됐고, 같은 해 4월 서울 홍릉에서 기공식이 개최됐다. 국가 경제·산업발전의 한 축이 될 카이스트가 세상을 향해 포효하는 순간이었다. 이음해인 1973년 KISA는 29명의 교수진을 갖추고 첫 석사과정 신입생 106명을 선발해 인재양성의 요람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다.

1981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와 통합돼 한국과학기술원으로 출범하기까지 총 1,070명의 석·박사급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배출했다. 본격적인 국내 박사 학위시대를 열어젖힌 것이다. 현 대덕연구단지로의 캠퍼스 이전은 1989년의 일이다. KIST와의 결별 및 한국과학기술대학(KIT)과의 통합도 이때 이뤄졌다. 그때부터 지금껏 카이스트는 한국 과학기술의 본산인 대덕에서 국내 최고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하며 대덕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2. 우리별 1호 │ 인공위성 강국 도약의 신호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보내온 마라톤 금메달 소식의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우리나라 과학기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뉴스가 전국에 타전됐다. 1992년 8월 11일 프랑스령 가이아나의 쿠르우주센터에서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가 영국 서리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개발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성공리에 발사된 것이다.

우리별 1호의 발사 성공은 우리나라를 세계 22번째 위성보유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동시에 국민들에게 우주에 대한 관심과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자신감을 얻은 인공위성연구센터는 1993년 9월과 1999년 5월 국내에서 제작된 최초의 위성 ‘우리별 2호’, 국내 고유모델 위성 ‘우리별 3호’의 발사에도 각각 성공하면서 소형위성 분야 원천기술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위성시대를 열었다.

원자외선 우주망원경(FIMS)을 탑재한 국내 최초의 천문·우주관측위성 ‘과학기술위성 1호’, 나로호에 실렸던 ‘나로과학위성’도 인공위성연구센터의 작품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인공위성 강국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런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3. 응답하라! 월드클래스 연구성과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는 1869년 창간 이래 총 530호가 발행됐다. 이중 우리나라에 큰 의미를 가진 호가 있다. 1994년 2월 발행된 367호다. 바로 이 호에 카이스트 생물공학과 졸업생인 배현숙 박사의 ‘식물에서 자가수정 거부현상에 대한 연구’ 논문이 표지논문으로 실린 것이다. 당시 배 박사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네이처에 한국인의 논문이 커버스토리로 다뤄진 최초의 사례였다. 이 쾌거는 카이스트의 자랑거리를 넘어 국내 과학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촉매제이자 자극제로도 작용했다는 점에서 과학계에 직간접적으로 미친 긍정적 여파가 결코 적지 않았다.

이를 신호탄으로 지난 21년간 카이스트 교수진과 동문이 발표한 다수의 논문이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의 표지를 장식했다. 유룡 교수의 ‘3차원 메조다공성 제올라이트 합성’, 이상엽 교수의 ‘대장균을 이용한 바이오 플라스틱’, 고규영 교수의 ‘이중혈관 신생 차단 단백질’ 등이 그 실례다. 특히 2012년에는 당시 화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학부생이 제1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셀(Cell)이 발행하는 세계적 학술저널 ‘생명공학의 동향(Trends in Biotechnology)’ 표지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4. 드라마 카이스트 │ 대중을 품다

1999년과 2000년은 카이스트가 매스컴과 대중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기간이다. 카이스트 캠퍼스를 무대로 열정적인 과학도들의 삶과 우정, 고뇌를 다룬 드라마 ‘카이스트’의 방영 때문이었다. 1999년 카이스트 1기에 이어 2000년 2기가 방영됐는데 신인이었던 지성, 채림 등이 이 드라마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을 만큼 대중적 인기를 끌면서 카이스트의 이름을 전 국민에게 알렸다. 로봇축구처럼 일반인이 쉽게 접하지 못했던 최첨단 과학기술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했던 시절이었음에도 천리안, 하이텔 등 PC통신마다 동아리가 생겼을 정도였다.

최고시청률이 33.6%였으니 요즘으로 치면 ‘내 딸, 금사월’의 인기쯤 될 듯싶다. 최근 의식 있는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자녀를 이공계에 진학시키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도 어쩌면 이때 심어진 씨앗이 시나브로 자라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5. 국내 첫 외국인 총장 │ 반목과 갈등의 시대

2004년 카이스트의 제12대 신임 총장에 미 스탠퍼드대학 로버트 러플린 교수가 선임했다. 러플린 총장은 양자물리학의 세계적인 대가로, ‘분수 양자 홀 효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인물이다. 국내 대학총장 최초의 외국인이자 노벨상 수상자였다. 러플린 총장은 재임기간 동안 카이스트의 이미지 제고와 해외 행사 참석, 국내 과학기술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세계화 프로젝트 예산으로 1,000억원을 확보했고 자동차기술대학원, 금융전문대학원, 정보미디어대학원 등을 유치해 개원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카이스트를 의학, 법학, 경영 위주의 학부 중심 대학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이공계 인재육성이라는 카이스트의 기존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등 학교 운영을 두고 교수와 학생,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그리고 결국 한국과 카이스트 비하 발언, 행정 경험 부족, 비전 제시와 재원 확보 미흡, 리더십 부재와 독선 등을 이유로 2년 만에 낙마하는 비운을 맞았다.

이에 러플린 총장을 이어 구원투수로 등장한 서남표 총장은 부임 이후 카이스트를 세계 일류 대학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 하에 매년 혁신의 혁신을 거듭했다. 특히 교원과 학생들의 국제화 마인드 함양을 위해 2007년 전 과목 영어강의제를 전격 시행했고, 성적부진 학생에게 장학금 차등 지급이라는 패널티를 부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강도 높은 혁신에 부담을 느낀 학생 4명이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저버리는 비극적 사고가 발생하면서 서 총장의 리더십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내부구성원들과의 반목과 갈등도 심화됐다. 결국 2년 가까이 이어진 내홍은 서 총장이 임기를 1년 5개월 앞두고 중도 퇴진하는 것으로 봉합됐다. 카이스트 45년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6. 휴보의 탄생 │ 대한민국 국가대표 휴머노이드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팀에 의해 2004년 12월 대한민국 최초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HUBO)’가 탄생했다. 신장 120㎝, 중량 55㎏의 휴보는 오 교수팀이 2002년부터 개발해온 인간형 로봇 ‘KHR_1’과 ‘KHR_2’의 후속모델로, 우리나라가 로봇강국의 꿈을 키워나갈 첫 단추가 끼워지는 순간이었다. 특히 오 교수는 2000년 일본 혼다의 휴머노이드 ‘아시모’의 개발 소식을 접한 1년 뒤 휴머노이드 연구에 본격 뛰어들어 불과 3년 만에 휴보를 완성했다.

아시모 개발에 10여 년간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던 혼다는 물론 세계가 깜짝 놀랄 성과였다.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한 연구팀은 2005년 아인슈타인의 얼굴 모습을 한 ‘알버트 휴보’에 이어 2009년 달리기가 가능한 국내 최초, 세계 세 번째 휴머노이드인 ‘휴보2’를 선보였다. 휴보2는 최대 시속 3.6㎞로 달릴 수 있으며, 보행 속도도 휴보1의 시속 1.2㎞에서 1.5㎞로 빨라졌다.

또한 전신 제어기술에 힘입어 가위바위보와 팔굽혀펴기, 댄스가 가능했다.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까지 소화해냈다. 이런 휴보의 진가는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휴머노이드 연구용 플랫폼으로 10여개국 이상에 수출됐으며 지금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7. 에듀케이션 3.0 프로그램 │ 교육시스템 혁신 전도사

여타 대학에 비해 학사운영의 자율성이 높은 카이스트는 이 장점을 살려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교육시스템들을 처음 도입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전 과목 영어강의제 실시가 그 대표적 사례다. 끝이 좋지는 않았지만 이 시기에 해외대학과의 교류 증대나 우수 외국인 교수·학생 유치 증대 등 세계 톱10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는 카이스트의 내부 역량과 대외적 위상이 한 단계 격상됐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2012년에는 전통적 주입식 강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자기 주도적 교수학습법 ‘에듀케이션 3.0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카이스트가 개발한 학습자 중심 디지털 교육시스템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온라인 강의와 강의실 수업이 병행된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수준별 맞춤학습이 가능하며, 토론에 기반을 두고 교수와 학생 또는 학생 상호간의 통합적 학습이 이뤄진다는 게 핵심이다.

선진대학들과의 강의, 콘텐츠 공유를 통한 협력학습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카이스트는 영상추적시스템, AV시스템, 원형 책상, 글래스 보드 등 최신 시설을 갖춘 전용강의실을 구축했고 온라인 강의 학습플랫폼 ‘KLMS(KAIST Learning Management System)’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카이스트가 이처럼 교육시스템의 혁신을 멈추지 않는 것은 대량교육에 최적화된 기존의 일방적 교수학습법이 미래 사회와 기업이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 육성에 부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8. ICU와 통합 | 세계적 IT 전문대학으로 성장하다

2009년 3월 1일. 카이스트와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가 전격 통합됐다. 1998년 정보통신부와 한국통신(KT) 등 IT 관련 업체들이 대덕연구개발특구에 공동 설립한 ICU는 그렇게 11년 만에 카이스트 문지캠퍼스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양교의 통합 논의는 2006년부터 진행됐지만 ICU 이사회의 결정 유보, 허운나 ICU 총장의 사의 표명,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의 통합논의 중단 선언 등 갖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통합에 이르렀다. 이번 통합으로 카이스트는 IT분야 교수가 106명에서 170명으로, 학생 수는 2,700여명에서 3,800여명으로 각각 늘어나 세계적인 IT 전문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학부생 460명을 포함한 1,000여명의 ICU 재학생들은 희망에 따라 카이스트 전산학과·전기전자공학과·정보통신공학과 등으로 편입됐다. 이렇듯 카이스트는 ICU와의 통합을 통해 IT 분야의 임계규모를 형성했다. 그리고 바이오(BT), 나노(NT) 등 IT기반 기술 간의 융합연구를 활성화하며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들을 도출하고 있다. 카이스트에게 1+1은 2가 아닌 무한대(∞)가 될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9. 시스템대사공학│바이오연료 시대를 열어라

화석원료의 고갈 시점이 가시권 내로 들어오면서 전 세계는 재생가능 에너지원으로부터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인류의 생활에 유용한 연료와 화학물질들을 생산하기 위해 다각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바이오 리파이너리(biorefinery)다. 생물공학적·화학적 기술을 활용해 바이오매스 원료에서 화학제품과 바이오연료 등의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기존 방식은 생산효율이 낮다.

경제성과 실용성을 갖춘 바이오 리파이너리를 구축하려면 바이오매스를 화학물질 등으로 바꿔주는 미생물의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대사공학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생명공학의 비약적 발전에 힘입어 전체 세포의 시스템 수준에서의 대사공학이 가능해졌다. 이를 ‘시스템 대사공학’이라 한다.

기존 대사공학에 세포나 균주의 데이터들과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 시스템 생물학, 합성생물학 등을 통합한 기술이다. 이 분야는 다름 아닌 국내 연구자에 의해 창시됐다.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시스템 대사공학을 활용할 경우 자연계에 적은 양으로 존재하는 바이오 연료와 바이오 화학물질은 물론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까지 대량생산할 수 있다.

시스템 대사공학의 메카답게 이 교수팀은 이미 상당수의 우수 연구성과들을 창출했다. 지난 2012년에는 GS칼텍스, 바이오퓨얼켐과 공동으로 시스템 대사공학 기법을 적용해 기존보다 생산수율을 2배 이상 향상시킨 바이오에탄올 공정기술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10. 카이스트, 세상의 중심에 서다.

2015년은 카이스트가 국내·외 여러 기관들로부터 역량을 널리 인정받은 한 해였다. 예컨대 로이터통신이 논문과 특허, 산학협력 등을 평가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100대 대학’에서 미국 대학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또 조병진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가 개발한 유리섬유 기반 열전 소자가 유네스코와 프랑스 정부가 공동 주관한 유네스코 넷엑스플로 포럼에서 ‘2015년 세계 10대 IT 혁신기술’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 교수팀은 열을 전력으로 변환하는 열전소자를 유리섬유 위에다 구현시켜 의류 등의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시킬 수 있는 기반기술을 확보했다. 연구팀의 웨어러블 발전 소자는 얇고 가벼워 착용이 용이한 것이 특징으로 전력생산 능력도 뛰어나 광범위한 응용이 기대되고 있다. 현재 나노종합기술원에서 시제품을 제작 중이며, 빠르면 1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6월에는 오준호 교수팀의 휴보가 또 한번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펜타곤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재난대응로봇 경진대회 ‘다르파 보로틱스 챌린지(DRC)’의 최종 결선에서 카이스트팀이 휴보2를 모태로 개발한 ‘DRC 휴보2’가 당당히 정상에 오른 것. 미국과 일본, 독일 등 로봇강국에서 온 팀들을 제치고 이룬 일대 쾌거였다.

대사공학 (metabolic engineering) - 특정 목적을 위해 미생물의 대사 회로를 인위적으로 제어, 유용한 제품들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게 하는 기술의 총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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