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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존치 논의 올스톱 '희망고문'만 하는 국회

정치권 총선 몰두에 법사위 자문위 첫 회의일정도 못잡아

존치 골자로 한 6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도 폐기 우려

20대 국회서 위원회 존립 불투명...논의 원점회귀 가능성





#직장생활을 하다 30대 초반에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한 ‘늦깎이’ 사시생 박홍식(36·가명)씨. 최근 그는 법률 서적의 글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시를 존치할지, 폐지할지에 대한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내년에도 과연 시험을 볼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박 씨는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사시 폐지를 4년간 유예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지인들의 응원과 격려 속에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총선까지 겹치면서 사시 존치 여부 결정이 함흥차사라 불안함 마음이 커 집중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상당수 사시 준비생들이 아예 시험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할지 아니면 도전을 계속 해야 할지를 두고 방황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른바 ‘흙 수저’들의 성공 사다리로 여겨지는 사법시험이 수많은 청년에게 ‘희망고문’을 주고 있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 때문에 존폐 논의가 전면 중단되면서 말 그대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총선에 몰두하면서 그동안 논의의 결과로 발의된 여러 변호사시험 개정안도 해당 상임위에 계류된 채 사실상 폐기 수순만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존폐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회 차원의 존폐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 것도 아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원회가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지 한 달이 지났으나 1차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자문위는 사시 존치 여부 등 법조인 양성제도의 개선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2월 28일 구성한 국회 산하 협의체다. 중앙부처를 대표해 김호철 법무부 법무실장, 심준보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 최은옥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이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측과 폐지 측 변호사와 교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단 한 번의 회의도 열지 못한 채 ‘개점휴업’ 상태다.



우선 19대 국회에서 추가 논의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자문위가 총선이 끝난 후 활동을 시작하더라도 실제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은 46일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주말·공휴일을 제외하면 31일 뿐이다. 오는 5월 중 국회 본회의가 열린다고 해도 그전까지 사시를 유지하느냐, 폐지하느냐를 논의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문위에 참석하는 인사들이 사안 처리 시기를 두고도 큰 시각차가 있어 19대 국회의원 임기 내에 결론을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사시 존치를 찬성하는 측은 “국가시험을 두고 수험생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어 늦어도 올 상반기 내에는 논의를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대 측은 “사시 존치는 국민 공감대의 형성이 필요한 사안이라 한 달 반 내에 처리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게다가 법무부 등 주무부처는 “사시존치 문제는 국회의 결정에 맡긴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자문위가 뚜렷한 성과물을 제시하지 못하면, 사시존치를 골자로 한 6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하고 폐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위원회가 20대 국회에서도 존립할지 의문이다. 애초 여야가 법사위원장 자문기관으로 자문위를 구성한데다, 존립을 위한 뚜렷한 법적 근거도 미약한 탓이다. 다만 19대 국회 법사위원장과 새로 구성되는 20대 국회 법사위원장이 합의하면 사시 존폐 논의를 목적으로 하는 자문위 활동이 계속될 수 있게 했다. 전통적으로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이어서 자문위 존립의 가능성이 적은 편은 아니다. 다만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야당이 분열된 상태여서 누가 위원장을 맡을지 불분명하다는 점은 변수다. 같은 당 소속의 국회의원이 해당 상임위의 위원장직을 물려받는 상황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새로 구성되는 법사위원들을 중심으로 논의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 인사는 “현 분위기가 이어지면 논의는 물론 법 개정안 발의도 처음부터 다시 할 가능성이 높다”며 “논의의 진전은 없이 20대 국회에서 새 쟁점으로 다뤄질 경우 사시 준비생과 법조계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우려했다.

/안현덕·김흥록·박우인기자 alwa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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