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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의 중국 유통사업 진출 노림수

의류사업 하향세 만회할‘회심의 히든카드’ 던졌다


지난 1월 이랜드가 중국 상하이 창닝 지구에 도심형 복합 쇼핑몰 ‘팍슨-뉴코아몰’을 오픈했다. 이랜드는 이날 행사에서 본격적인 중국 유통시장 진출을 선언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이랜드는 제1의 전성기를 열었던 중국에서 제2의 전성기도 맞이할 수 있을까?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신사업 진출 소식에 다소 수그러들긴 했지만, 이랜드는 최근 ‘위기설’까지 흘러나올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발단은 중국 의류사업부의 급격한 실적 악화였다. 2010년 초까지만 해도 영업이익률이 25%에 달했던 이랜드 중국 법인 주요 3사의 합산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3분기에는 11.4%까지 줄어들며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이랜드패션상하이 등 이랜드 중국 법인 주요 3사는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의 연결 기준 매출 기여도가 30%에 달할 만큼 이랜드의 핵심 사업부로 꼽힌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중국 의류사업부가 하향세로 접어들자 이랜드그룹의 전체 성장성에도 의문부호가 붙기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이랜드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하며 이 같은 상황을 반영했다.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와 주요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하향됐고, 이랜드파크의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낮아졌다. 회사채 신용등급이 하락하자 이랜드 안팎에서는 370%대에 이르는 이랜드월드의 부채 비율을 줄이라는 재무구조 개선 압박도 이어졌다.

‘역시 이랜드’일까, ‘이랜드도 역시’일까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이랜드의 중국 유통시장 진출 소식은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말한다. “최근 이랜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나온 소식이어서 재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인 것 같긴 한데, 그동안 이랜드가 워낙 조용했잖아요. 게다가 이랜드가 내놓은 해법이 또 다시 ‘중국’인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랜드는 중국 의류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사세를 크게 확장한 기업이잖아요. 게다가 중국 유통시장은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유통기업들도 줄줄이 손실을 내고 있는 곳인데, 이 시장에 이랜드가 진출한다고 하니 초미의 관심사가 될 만하죠. 이랜드는 자타 공인 우리나라에서 중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기업으로 통하니까요. ‘역시 이랜드’가 될지, 아니면 ‘이랜드도 역시나’가 될지 관심이 집중돼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도 이랜드의 중국 유통시장 진출 이유를 두고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 곳이 많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지금 중국 의류시장이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랜드가 중국에서 옷만 잘 팔아도 충분한 성장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기에 플러스 알파를 해야 하는 시점이 된 거죠. 물론 중국 유통시장도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랜드는 한국에서 유통채널을 운영 중인 만큼, 이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서 패션, 외식 등의 사업 부문들을 유통으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1월 15일 오픈한 팍슨-뉴코아몰에는 총 200여개의 브랜드가 입점했다. 주목할 만한 건 이 중 30%가 이랜드 자사 브랜드였다는 사실이다. 중국 유통채널에서 특정 기업의 브랜드가 이렇게까지 대량으로 입점해 있는 곳은 팍슨-뉴코아몰이 거의 유일하다. 이는 이랜드가 의류부터 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자체적으로 보유한 브랜드 수만 250여 개에 이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지효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이런 식의 유통채널 운영은 굉장히 새로운 시도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유통채널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중국에 먼저 진출한 다른 기업들 사례를 봐도 이런 경우는 없었죠. 이랜드는 유통채널 형식이 아웃렛 플랫폼을 따르는 데다, 자사 브랜드를 대거 채워 넣은 덕분에 운영 부담도 덜한 편입니다. 중국 현지화에 실패한 다른 기업들이 기존의 유통채널 형식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간 것과 비교되죠. 이랜드의 전략은 상당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웃렛 유통채널 선택한 까닭
이랜드는 중국 유통시장에 뛰어든 국내 기업으로는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중국 아웃렛 유통채널에 진출한 기업으로는 최초로 꼽힌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랜드가 아웃렛 형태로 중국 유통시장에 진출한 것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이랜드가 중국 유통시장에 백화점이 아닌 아웃렛 형태로 진출했습니다. 중국에서 이랜드의 거의 모든 의류 브랜드들이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선택이죠. 이랜드가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이 백화점에서 아웃렛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랜드의 이 같은 판단은 굉장히 주목됩니다. 중국 유통시장에 진출한 국내 다른 기업들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선택이거든요. 이랜드의 아웃렛 채널 선택이 시장에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덧붙인다. “지금 중국에도 아웃렛이 많이 들어서고 있어 이랜드의 미래가 장밋빛이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랜드의 아웃렛이 다른 아웃렛과 구별되는 점은 한국 업체, 그것도 이랜드가 운영하는 아웃렛이란 거죠. 지금 중국에서는 아웃렛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신뢰도가 대단히 낮은 편입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운영하는 아웃렛의 상품 신뢰도는 더 낮죠. 이 같은 상황에서 이랜드가 운영하는 아웃렛은 아무래도 프리미엄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아웃렛 유통채널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뢰도가 올라가 전체 아웃렛 시장이 커지면 더 큰 수혜를 예상할 수도 있습니다.”

이랜드는 중국 유통시장 진출에 거의 올인하는 분위기다. 이랜드는 올 한 해에만 10개의 쇼핑몰을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중국 유통시장에 뛰어든 롯데가 현재 5개 백화점을 운영 중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한 셈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말한다. “이랜드의 중국 유통시장 진출은 그룹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랜드는 2020년이 되면 중국에서만 25조 원의 매출(현재 3조 원 미만)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중 15조 원이 유통사업 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요. 2020년까지 중화권에 100여 개의 유통매장을 오픈할 계획입니다.”

시장에서는 자금력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지영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이랜드의 자금력이 얼마나 뒷받침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합작사 형태로 운영하면서 출점 비용을 최소화하겠다고 하는데, 그래도 도심형 아웃렛이나 복합쇼핑몰 등은 출점과 유지에 상당한 비용이 들거든요. 지금 중국 유통시장의 경쟁이 워낙 치열한 데다, 중국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 비중이 한국의 두 배에 이를 만큼 오프라인 유통채널 환경이 좋지 않은 것도 변수입니다.”


실탄 마련 위한 계열사 상장설
이랜드는 최근 킴스클럽 매각 등 자산유동화 과정을 밟는 중이다. 이랜드는 또 지난 1월 2014년 발행한 이랜드리테일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 만기 때 상환 또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 만기가 돌아오는 2017년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IPO)를 예고해 최근 시장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중국 유통사업 확장 등을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IPO를 안 하기로 유명하다. 현재 이랜드그룹에서 IPO를 한 계열사는 이월드가 유일하다. 특히 이랜드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은 이전에도 몇 번의 IPO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은 하지 않아 투자시장에 많은 의구심을 남기기도 했다. 2014년에는 2011년 발행한 RCPS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IPO의 기대가 높았지만,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의 상장 대신 3년 만기의 RCPS를 새로 발행해 기업공개를 다시 3년 뒤로 미뤄 아쉬움을 샀다.

오는 2017년은 이 RCPS의 만기가 돌아오는 해이다. 최근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직접 2017년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을 언급하며 재무구조 개선과 자금력 확보 등에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이랜드 측에서는 이랜드리테일 상장 외에 추가 상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계열사의 추가 상장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이랜드가 최근 중국 유통시장 진출을 계기로 굉장히 적극적인 대외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어 주목됩니다. 아마도 중국 유통시장 진출 이슈화 외에 이랜드 계열사들의 IPO 및 IPO 흥행을 위한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을 많이 하죠. 지금 이랜드는 이랜드리테일의 상장과 (이랜드리테일의 SSM 사업부인) 킴스클럽의 매각을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이랜드가 필요한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울 겁니다. 알짜사업인 킴스클럽을 빼고 나면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가치가 얼마나 되겠어요.”

익명의 시장 관계자는 덧붙인다. “이랜드는 앞으로 중국 유통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선 그룹의 재무구조를 안정화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자금력을 확보해놔야 하는데, 그러려면 다른 계열사들의 추가 상장밖에 사실상 답이 없습니다. 지난 1월 팍슨-뉴코아몰 오픈 기자 간담회에서 다른 계열사의 추가 상장 계획을 묻는 질문에 박성경 부회장이 ‘아직은 없다’라고 했잖아요. ‘아직’이란 단서를 붙인 것을 보면 생각은 하고 있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향후 이랜드그룹 계열사들의 추가 상장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많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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