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 전 계열사 인사실장들은 삼성의 대대적인 기업문화 혁신 발표를 앞둔 지난 23일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전 계열사가 힘을 합쳐 방안을 찾기로 했다”며 “그룹 차원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앞으로 구체적인 인사혁신을 방법을 논의해나갈 것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23년 만에 대대적인 기업문화 혁신에 나서면서 ‘님’이나 ‘프로’ 같은 호칭을 도입하고 직급체계를 단순화한다. 또한 불필요한 회의를 절반으로 줄이고 정기적인 주말·야간회의는 아예 없앨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여러 명의 상급자에게 동시에 보고하고 선발형 승격과 성과형 보상체계도 도입한다.
반면 현재 현대차그룹은 4년(사원)-4년(대리)-5년(과장)-5년(차장)의 승진 연한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사무직은 대리까지, 생산직은 전체가 호봉제로 임금체계가 짜여 있다. 과장급 이상부터 성과제가 시행되지만 연공서열 중심의 문화가 강해 입사 후배가 선배를 제치고 고속 승진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2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카드는 처음으로 이 같은 승진 연한을 폐지하고 능력제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전통의 인사방식에 따르면 ‘대리 2년 차’는 승진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올해부터 새롭게 적용한 인사시스템으로 대리 2년 차를 과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냈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연차와 상관없이 승진할 수 있게 돼 새로운 동기부여가 생겼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지금 같은 시스템이라면 이르면 내년에 카드업계 최초 30대 부장도 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여러 형태로 인사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여성 인력 채용확대다.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제조업체라는 업무 특성상 남성 인원이 월등히 많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업계 여성 비율은 3.6%에 불과하다.
반면 현대차는 ‘여성 인력 확대’를 목표로 지난해 여성 비율을 전년 대비 13% 늘렸다. 이 때문에 현대차의 여성 근무자는 2,746명에서 3,132명으로 증가했다. 기아차도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143명 중 18.1%에 해당하는 26명을 여성으로 뽑았다. 타 업종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지만 남성을 선호하는 채용문화가 차츰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인사제도를 바꿔 생존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만큼 이에 발맞춰 논의를 시작한 단계”라면서 “할 수 있는 선에서 회사와 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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