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발표한 양적완화 공약이 야당의 비판을 받으며 경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당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제심판을 내걸고 나왔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은 오히려 부진한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예상치 못한 양적완화와 같은 극약처방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보이면서 “경제를 잘 살릴 수 있는 능력 있는 당이 어디냐”로 심판의 화살을 돌린 것이다.
이운룡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은 “야당이 현재의 경제상황을 심판하겠다고 하는데 역대 정권에서 누적돼온 결과이고 전 세계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심판한다는 것은 먹히지 않을 것”이라며 “양적완화와 같은 극약처방을 꺼내 들면서 오히려 경제를 잘 다룰 정당이 새누리당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강봉균 위원장은 31일 각종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양적완화 공약을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야당이 연일 비판 공세를 편 데 따른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강 위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성장률) 3%를 넘기려면 상당히 과감한 경제정책을 써야 한다”며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수월하게 하도록 필요한 자금을 공급한다는 의미에서 양적완화인 거지 돈을 마구 푸는 그런 의미의 양적완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종인 더민주 선거대책위원장이) 양적완화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말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강 위원장은 전날에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제를 그렇게 잘 안다는 분이 경제장관을 한 번도 하지 못했느냐”며 김 위원장의 비판에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강 위원장은 또 방송사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점점 경기가 가라앉고 좋아질 뾰족한 방법이 없을 때 (양적완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누가 하라고 안 해도 이것을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다른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제상황은 자꾸 어려워지는데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매달 금융통화위원회를 하며 기준금리를 몇 달씩 계속 동결만 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경제는 나빠지는데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의 비판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양적완화 공약이 자칫 이번 총선 핵심 어젠다로 내건 경제심판론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종인 위원장은 선거운동 첫날인 이날 “경제무능 정부 심판”을 외치면서 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새누리당 정권 8년은 국민에게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아버지는 지갑을 빼앗겼고 어머니의 가계부엔 한숨만 남았다”며 “청년의 일자리와 노년의 안식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는 자격 미달”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를 바꿔야 한다. 문제는 경제”라며 “더민주가 승리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빈부격차가 준다”고 호소했다.
최운열 더민주 선대위 국민경제상황실장은 “(양적완화에 대해) 정부부처도, 한은도 못하겠다고 하지 않느냐”며 “강 위원장이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고 표심 역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일부 국민들은 돈 풀어서 경제 살린다 하니 좋겠다 할 수 있겠지만 자세히 내막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낸 세금으로 나랏빚만 갚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경우 새누리당을 외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 강 위원장은 “일종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가깝다”고 일갈했다. 그는 케이블방송인 YTN 인터뷰에서 “그분(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콘셉트는 대기업들이 활성화돼도 그 효과가 중소기업에 파급되지 않는, 이른바 ‘낙수 효과’가 없다는 것인데 국내 실정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부품을 만들면 대기업이 이를 사들이고 완성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식으로 완전히 연계돼 있다”며 “마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칸막이를 쳐놓고 따로 노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약자들의 표를 얻으려는 진보 진영의 낡은 전략”이라고도 했다. 강 위원장은 특히 “(김종인 위원장이 하도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니까) 박근혜 정부에서 많이 물어본 것 같다”며 “그런데 결과는 신통한 정책을 내놓지는 못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가 알맹이가 없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언급으로 들린다. 양적완화를 놓고 강 위원장과 김 위원장은 총선 내내 밀리면 끝장인 싸움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박형윤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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