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의료생협의 설립인가 요건을 강화하고 인가에 필요한 사실관계 확인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맡는 등의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 시행령 개정안을 11일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의료생협은 병원을 세우기 어려운 지역에 맞춤형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의료인이 세우는 병원보다 설립요건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그러다 보니 비의료인이 의사를 고용하는 ‘사무장 병원’을 세워 사익추구를 하는 통로로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를 보면 의료생협이 세운 병·의원의 84% 이상이 사무장 병원이었다.
생협법 시행령 개정안은 의료 생협 설립을 위한 발기인 수를 300명에서 500명 이상으로 늘리고 총 출자금액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렸다. 조합원 1인당 출자금액은 5만원을 넘도록 한도를 설정했다. 의료생협이 병원을 추가로 세울 때도 이 같은 설립인가 요건을 갖추도록 했다. 또 의료생협의 차입금 최고한도를 출자금의 2배로 설정하고 의료생협 이사장의 6촌 이내 혈족이나 4촌 이내 인척, 배우자는 임원에 선임할 수 없도록 했다.
개정안은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전담하던 의료생협 인가와 감독 업무 가운데 설립인가 신청의 사실 확인과 의료법 위반 여부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확인하도록 위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생협을 통한 사무장 병원의 불법 의료 급여 청구에 대해 의료 급여를 지급하는 건보가 직접 불법 수령을 차단하도록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설립인가 요건을 일부 강화하고 사실 확인을 건보가 맡기는 정도로 불법 사무장 병원을 근절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설립에 필요한 발기인이나 출자금을 높인다고 가짜 조합원을 만들어 허위로 설립에 필요한 서류를 만드는 행태를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의료 생협을 통한 불법 사무장 병원 개설이 확인되면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종=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