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기 동안 턱수염 소유자들은 턱수염이 천연 단열재라고 주장해 왔다. 1854년 출간된 ‘턱수염의 철학(The Philosophy of Beards)’의 저자 토마스 S. 고윙은 인체에서 가장 민감한 부위를 추위로부터 지키는 것이야말로 턱수염의 기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과학은 그의 주장이 옳음을 확증해줬다. 2012년 중국에서 100여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콧수염에 덮여 있는 윗입술의 피부 온도와 뺨의 온도를 비교해본 결과, 입술 온도가 평균 0.5℃가량 높았던 것. 이는 깨끗이 면도를 한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더 쉽게 체열을 뺏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수수께끼가 풀리자 일부 과학자들은 턱수염의 새로운 기능을 주창하고 나서기도 한다. 예컨대 캐나다 라발대학의 생리학자인 미셀 카바낙 박사는 턱수염 때문에 미약하게나마 뇌가 과열될 위험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 위험을 완화시키고자 남성형 탈모 유전자가 진화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수리의 머리카락이 적으면 일종의 통풍효과가 발생, 턱수염에 의해 볼에 갇혀 있는 열기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칭 ‘체온조절 상쇄’라는 이 가설의 검증을 위해 39명의 남성을 10년간 관찰했다. 그 결과, 턱수염의 폭이 넓은 사람일수록 머리숱이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면도 여부와 상관없이 말이다.
물론 수염이 많을 때의 단점도 있다. 극지 탐험가 에릭 라르센의 경우 얼음을 최고의 불편함으로 꼽는다.
“영하 45℃의 혹한 속에서 탐사를 하다보면 자주 면도를 해야겠다고 느끼게 됩니다. 턱수염에 얼음이 들러붙으면 그걸 녹이는데 체열이 소모되기 때문에 보온 효과는 전혀 누릴 수 없으니까요.”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ANSWERS BY Daniel Eng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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