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당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혁신형이냐 관리형이냐를 놓고 계파 간 눈치작전만 벌이는 모양새다. 친박계는 조기 전당대회를 위한 관리형 비대위를, 비박계는 당 쇄신을 위한 혁신형 비대위를 원하고 있다. 두 계파는 이번에 꾸려질 비대위가 전대를 지휘하게 되는 만큼 당권이 걸려 있다고 보고 비대위 구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은 9일 20대 국회 당선자 총회를 열고 비대위 구성과 관련한 당내 의견을 수렴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총회에 앞서 “엄중한 시기인 만큼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토론을 이어가겠다”며 무제한 토론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는 계파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비대위 구성을 다루는 만큼 참석자 모두 발언을 신중히 하는 모습이었다. 발언이 격해질 경우 계파 갈등으로 비칠 수 있어 탐색전을 방불케 했다. 정 원내대표는 비대위 구성이 계파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경선에서 말씀드렸듯 특정 계파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 청와대의 주문을 여과 없이 집행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친박계와 비박계를 대표하는 최경환·김무성 의원은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낙선한 유기준·나경원 의원도 불참했다. 대부분 초·재선 의원들이 자리를 메웠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계는 현실론을 들며 조기 전당대회를 위한 관리형을 원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친박계가 당내 최대 계파인 만큼 관리형 비대위에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비박계는 당 쇄신과 외부 인사 영입을 전제로 한 혁신형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대 관리 문제도 외부 인사를 영입해 맡기자는 의견과 원내대표가 주축이 돼 관리하자는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들은 최고위원회의가 오히려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도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새누리당은 신임 원내지도부 임명 동의안을 처리하고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을 사무총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하는 안을 박수로 추인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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