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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업 내부정보가 오너 재산보호 수단 돼서야

대기업 오너가 회사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정황이 또 드러났다. 이번에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다. 금융당국은 김 회장이 계열사 주식 수십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하다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에 상당 부분 처분한 혐의를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수억원의 손실을 회피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회사를 채권단 공동관리에 넘기기 전 보유주식을 팔아 논란이 된 지 한 달도 채 안 돼 또 불거진 오너의 도덕 불감증이다. 경영을 잘못해 회사를 망치고는 자기 혼자 피해를 안 보겠다고 불법도 마다하지 않은 행위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오너 또는 그 일가의 미공개정보 이용이 문제가 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0년에는 OCI 회장 아들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들인 후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겨 재판에 넘겨졌고 2013년 ‘동양 사태’ 때는 현재현 전 회장이 동양시멘트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 직전 보유주식을 대량 매도해 검찰에 고발된 적도 있다. 이외에 다른 몇몇 대기업 오너들 역시 수상한 주식거래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곤 했다. 이러니 기업 내부정보가 총수 일가의 재산보호 또는 증식의 수단이 됐다는 비난이 쏟아질밖에. 오너인지 투기꾼인지 모르겠다는 비아냥이 나올 만도 하다.

그러잖아도 수출부진과 내수침체로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곳이 국내 기업들이다. 구성원 모두 하나로 똘똘 뭉쳐도 어려운 판에 솔선수범해 위기 돌파에 앞장서야 할 대기업 총수들이 스스로 발등을 찍어서야 되겠는가. 이익만 챙기고 손실은 떠넘기는 파렴치한들을 그대로 둔다면 우리 사회의 반기업정서는 더 깊어지고 자칫 건전한 기업인까지 매도당할 수 있다. 우리 경제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금융·사법당국이 오너의 불법행위를 철저히 파헤쳐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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