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은 WTO에서 통상 분쟁을 다루는 최고심판기구인 WTO 상소기구 위원 수가 당분간 5명으로 줄어들 것이 확실시된다고 30일 보도했다. WTO 상소기구 위원은 통상 분야의 ‘대법관’에 비유되는 자리로 임기는 4년이지만 통상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토머스 그레이엄 위원장은 다음달 3일 이후 위원 구성을 재조정할 방침이지만 국제 통상분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위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본과 중국 등 각국이 후보를 옹립하고 있어 후임 인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결원 사태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지난 2012년부터 한국인 최초의 상소기구 위원으로 활동해온 장승화 서울대 교수의 연임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대다. 크리스 윌슨 미국 상임 부대표는 “그가 WTO 회원국들의 합의에 따라 상소기구 위원에게 부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블룸버그 BNA에 밝혔다. 미국 정부는 최근 장 교수가 참여한 4건의 판결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최근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 분쟁에서 패소해 WTO 상소 절차에 돌입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미국이 상소기구에서 한국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장 교수의 연임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혹이 나올 수 있는 정황이다. 상소기구 위원이 연임하려면 모든 WTO 분쟁해결기구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이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경우 장 교수는 31일 임기를 마치게 된다. 나머지 6명의 상소기구 위원들은 장 교수 연임에 대한 미국의 반대가 상소기구의 독립성과 신뢰를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내용의 공동 서한을 WTO 분쟁해결기구에 보낸 상태다.
니혼게이자이는 상소기구 위원들의 결원으로 분쟁처리가 지연될 경우 의도적으로 WTO 협정을 위반해 자국 산업을 보호할 시간을 벌려는 움직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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