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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조스 전성시대

지난 3월 11일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에서 포즈를 취한 제프 베조스.






아마존 Amazon CEO 제프 베조스 Jeff Bezos는 자신의 기업이 전력을 다해 성장할 수 있도록 회사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믿기 어렵겠지만 이익 성장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그는 스스로 언론과 우주 부문 벤처 사업에 깊이 관여하면서, 아마존이란 기업을 넘어 하나의 거대 권력으로 부상했다. 그 결과 훨씬 더 모범적인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I.
워싱턴 포스트 특파원 제이슨 레자이언 Jason Rezaian은 불분명한 간첩 혐의로 18개월 동안 이란 감옥에 수감됐다가 지난 1월 풀려났다. 그는 스위스 군용 비행기를 타고 독일에 위치한 미군 기지로 이동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워싱턴 포스트 소유주 제프 베조스(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리더 1위)가 나타나 레자이언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왔다. 베조스는 이란에서 뉴스를 전하던 레자이언에 대해 “적대적인 환경에 몇몇 특파원을 보내는 일은 워싱턴 포스트 같은 언론사에겐 피할 수 없는 사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제이슨과 그의 아내 예기 Yegi에게 벌어진 상황은 너무나도 불공평하고 부당하며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곳으로 가서 제이슨을 데리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을 특권이라고 생각했다. 군 기지에 도착한 날 그들 부부와 그곳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제이슨이 결과 보고를 한 후 다음 날 기지를 떠날 수 있었다. 그때 내가 ‘어디로 가고 싶소?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데려다 주겠소’ 라고 하자, 그는 ‘키 웨스트 Key West는 어떤가요?’라고 말했다. 나는 ‘문제없지!’라고 말하고 그를 키 웨스트에 내려주었다. 제이슨은 결혼한 지 1년이 갓 지나 수감되었다. 두 번째 신혼여행을 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와 제이슨이 베조스의 전세기 안에서 찍은 즐거운 분위기의 사진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자신의 직원을 직접 데리러 감으로써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는지 묻자, 베조스는 “그저 제이슨을 위해 그랬을 뿐이다. 내 동기는 정말 단순하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우리가 절대 그 누구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시애틀답지 않게 맑은 3월 중순 아침이었지만, 베조스의 기분은 날씨보다도 훨씬 더 밝았다.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아마존의 시장 가치는 2,600억 달러이며, 그 중 베조스의 지분은 460억 달러다. 덩치가 크지만 성장이 더디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은 20% 상승하며 1,070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 대비 12배 증가한 아마존의 영업 이익 22억 달러가 투자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베조스가 2013년 2억 5,000만 달러를 들여 인수한 워싱턴 포스트도 예전에는 ‘추락의 아이콘’이었지만, 현재는 새로운 아이디어들로 활기를 띄고 있다. 베조스가 개인 돈으로 자금을 대는 비밀스러운 로켓비행선 업체 블루 오리진 Blue Origin도 몇 년 후 우주 관광객을 싣고 발사를 추진할 것이라 공언하며 유명세를 만끽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베조스에게 활력이 되고 있다는 말로는 현 상황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체크무늬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베조스는 악명 높을 정도로 치열한 CEO이자 자족감(自足感)의 표본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상징과 같은 낄낄거리는 웃음-스티브 잡스의 상징이었던 검은색 터틀넥처럼-을 거리낌 없이 보인다. 베조스 스스로가 “매일 아침 춤추며 사무실에 들어선다”고 말할 정도다.

사실 그에겐 요즘 춤을 출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대중의 관심 속에서 사업을 운영한 지난 20년 동안, 지금보다 상황이 좋게 돌아간 적이 없었다. 그의 기업은 현재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고, 전혀 예상치 못한 파격적인 방식으로 다방면의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베조스 자신도 진화하고 있다. 항상 치열한 경쟁자로서 완고하게 업무 완수에만 집착했던 그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그는 사회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경쟁업체들의 이익 마진을 잠식할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는 수준을 벗어나,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사안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이다.

베조스는 불가사의할 정도로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있다. 그는 여전히 고객 제일주의와 장기적 사고를 강조한다. 하지만 그는 아마존이 거대기업으로 성장함에 따라-그리고 스스로 다방면에 걸쳐 장기적 목표들을 충분히 이룸에 따라-필연적으로 타인에게 힘을 보태주는 유형의 리더로 진화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 이사이자 빌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CEO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아마존 이사회에서 19년째 일하고 있는 패티 스톤시퍼 Patty Stonesifer는 베조스에 대해 “처음엔 그가 모든 것의 중심에 있었다. 제프 베조스가 곧 리더십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에게 모든 것이 연결된 중앙집중식 형태가 아니다. 그는 리더들을 통솔하는 더 큰 리더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그의 변화는 폭넓게 멀리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좀 더 자유로운 베조스의 모습은 그가 할 일을 생각하면 기대되지만, 그가 무너뜨릴 상대를 생각하면 두렵기까지 하다.






워싱턴 포스트의 상승가도: 베조스 인수 이후 치솟은 트래픽
베조스에게 인수된 워싱턴 포스트는 일련의 디지털 사업에 착수했다. 그 후 뉴스 사이트 방문자 수가 급증했다.


II.

바람이 거세게 불던 지난 2월 오후 워싱턴. 워싱턴 포스트 편집국장 마티 배런 Marty Baron이 베조스를 상사로 맞은 후 나타난 변화를 설명하고 있었다. 배런은 며칠 후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로 떠날 계획이었다.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보스턴 글로브 Boston Globe 소속 기자팀-배런은 당시 편집국장이었다-을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 Spotlight’가 작품상을 수상할 예정이었다. 사실 배런은 스포트라이트에서 리브 슈라이버 Liev Schreiber가 연기한 극중 인물과 정확히 일치하는 사람이다. 진지하고 심각하지만 위트가 있는 언론인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새 본사는 도심에 위치해 있다. 배런은 그리 크지 않은 사무실의 작은 테이블에 앉아있다. 신 사옥은 지하실 주조활자 같은 거친 느낌보단 로비단체의 세련된 느낌을 더 강하게 풍긴다. 배런은 편집 방향에서 베조스가 하는 주요 역할에 대해 “인터넷 세상에서 사는 건 인쇄 세상에서 사는 것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도록 우리를 이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워싱턴 포스트는 원본 기사보다 관련 기사를 요약한 ‘뉴스 수집(aggregator)’ 사이트에 더 많은 온라인 방문자가 몰리는 상황에 자극을 받아 스스로 능숙한 뉴스 수집 사이트가 되었다. 배런의 말을 빌리면, 워싱턴 포스트는 자체 생산 기사를 ‘상단에 배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베조스는 허핑턴 포스트 Huffington Post와 유사한 사이트인 포스트에브리싱 PostEverything에 대한 투자를 승인해 전문가들이 자신의 의견을 게재할 수 있게 하기도 했다(일부는 무료로 기고를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에서 고료를 지급하는 전문가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새로운 ‘인재 네트워크(talent network)’도 구축했다. 이 네트워크는 고도로 자동화된 웹 생성 기능을 갖추고 있어 기사작성이 가능한 미국 내 800명의 독립 언론인들과 몇 초 만에 연결한다. 배런은 이 네트워크를 아마존의 메커니컬 터크 Mechanical Turk, 태스크래빗 TaskRabbit, 우버 Uber 같은 IT 업계 혁신과 비교한다. 그는 “지금은 전국 곳곳에 지사를 두는 과거의 방식을 다시 활용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그것이 기사를 생산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인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언론에서 가장 ‘주목’ 받는 신문사 편집국장의 말을 듣다 보니 마음이 편치 만은 않다. 허핑턴 포스트를 이기려는 노력을 미화하고, 멀리 파견하는 자체 특파원의 필요성에 콧방귀를 뀌면서 워싱턴 포스트가 다른 사이트의 방식을 어떻게 도입하는지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언론 윤리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낯선 사안을 괜찮다고 여기는 것일까? 배런은 “우아하게 죽어가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베조스는 자신의 부를 확대해줄 존재로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는 존재로서 워싱턴 포스트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워싱턴 포스트가 재정적으로 엉망이 된 과자 제조업체였다면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조스는 할아버지 집 바닥에서 놀다가 워터게이트 Watergate 청문회를 시청했던 열 살 때의 경험을 얘기했다. 물론 워싱턴 포스트는 이 정치 스캔들을 특종 보도하며 명성을 얻었다. 베조스는 “우리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자원과 훈련, 기술,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하다”고 말했 리에겐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느냐와 같은 정말 중요한 문제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 모든 것을 파악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그들을 검증하고,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베조스는 여러 언론으로부터 인수 요청을 받고 있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와 15년 동안 알고 지낸 워싱턴 포스트 전 소유주 돈 그레이엄 Don Graham은 중재인을 통해 베조스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는 베조스에게 “워싱턴포스트에 재정적인 안정성과 인터넷 경험의 장점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조스는 이 인수에 대해 “내가 직접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고 큰 규모로 관여한 첫 번째 기업”이라고 말했다. “자산 실사를 진행하지도 않았고 그레이엄과 협상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가 제안하는 금액을 수락했다.”(매각 이후 워싱턴 포스트에 대해 함구해 온 그레이엄은 포춘의 인터뷰 요청도 거절했다).

웹 트래픽 증가와 새로운 아이디어의 규모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보면 베조스가 이끄는 워싱턴 포스트는 현재 성장을 하고 있다(운영권은 아마존이 아니라 베조스가 갖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실적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진행 중인 막대한 투자를 고려하면 현재 적자인 것은 분명하다). 월간 웹 방문자 수는 2013년 10월 3,050만 명에서 올해 2월 현재 7,340만 명으로 증가했다. 공격적인 상품 개발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베조스는 워싱턴 포스트 운영과 관련해 따로 직위를 갖고 있지 않지만, 업무에는 깊게 관여하고 있다. 2주에 한 번 신문사 최고 경영진과 전화로 회의를 진행한다(배런과 올브리턴 커뮤니케이션 Allbritton Communications의 전 대표이자 현재 워싱턴 포스트 발행인인 프레드 라이언 Fred Ryan-그레이엄의 조카 캐서린 웨이머스 Katharine Weymouth의 대체 인물로 베조스가 영입했다-이 함께 한다). 경영진은 1년에 두 번 시애틀에 모여 베조스와 오후 회의를 진행하고, 저녁 식사를 함께 한다.

베조스가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했을 때, 세간에는 그가 편집을 통제하려 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러나 베조스는 그런 것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배런도 베조스가 취재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확인을 했다. 하지만 이 소유주는 웹페이지 속도와 구독 신청 절차의 편의성처럼 아직 불안정한 문제에 대해선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는 베조스가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이라 부르길 좋아하는 사안들로, 그가 아마존에서 겪은 경험과 일맥상통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상품 및 기술 책임자 샤일리시 프라카시 Shailesh Prakash는 베조스가 자신의 영역에선 정말 ‘강압적’(downright ‘pushy’)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칭찬의 의미다. 예컨대 베조스는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존재했음에도 프라카시 팀에게 기사 통합 시스템 아크 Arc를 개발하도록 독려했다. 그는 프라카시에게 ‘아마존도 처음 시작할 때 IBM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마존은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이것이 아마존 웹 서비스 Amazon Web Services(AWS)로 이어져 재정적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었다. 시어스 Sears에서 디지털 담당 중역을 역임했고, 베조스가 인수하기 전 워싱턴 포스트에 합류한 프라카시는 “그는 업무에 깊이 관여한다. 매우 깊이 관여한다”고 말했다. “우리 엔지니어들과 나는 이런 상황이 무척 즐겁다. 제프 역시 일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베조스의 창의력은 가끔 프라카시를 능가한다. 프라카시는 베조스가 제시한 게임 스타일의 기능을 예로 들었다.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독자가 돈을 지불하고 그 기사에서 모음(vowels)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그는 이 기능을 ‘모음축약(disemvoweling)’이라 불렀다. 또 따른 독자는 돈을 내고 사라진 글자들을 복원시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프라카시는 이 아이디어가 오래 가지 못했다며 “마티는 별 관심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브레인스토밍의 힘을 신봉하는 베조스는 “화이트보드 앞에서 똑똑한 사람들과 일하면서 정말 터무니 없는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 관계자들은, 인쇄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기에 자신들이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하는 동안, 베조스가 보호막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그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듯하다. 그가 인수한 후 고용 또한 크게 늘어났다. 그는 워싱턴포스트가 진지한 언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발행인 라이언은 “실패에 따른 책임을 걱정하지 말고 위험을 감수하라”고 독려하는 베조스에게 이에 대한 공을 돌리고 있다. 그는 “격려를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다른 신문사들이 ‘이번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 분기에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태도를 보이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베조스 자신이 즐기는 이상, 워싱턴 포스트는 더 이상 다음 분기 실적에 구애 받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그 대신 워싱턴 포스트는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한껏 누리고 있다. 그것이 향후 수익까지 창출하는 방법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아마존, 더 높이 치솟다
주가가 요동을 치고 이익 창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마존의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III.
시애틀-터코마 국제공항(Seattle-Tacoma International Airport) 근처 산업지역에 위치한 블루 오리진 사옥에서 아무 표식도 없는 사무실들을 돌아다녀 보면, ‘우주광의 천국’에 왔다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된다. 높이 9m 이상의 지구본이 입구 안쪽에서 돌고 있다. 위쪽 로비로 이어지는 계단은 1등급 우주 박물관인 동시에 모형이 취미인 사람들의 천국이다. 중앙 벽난로 위 덮개는 공상과학소설의 선구자 쥘 베른 Jules Verne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로켓 우주선의 하단부로, 그 아래 불꽃은 실제로 열기를 내뿜고 있다. 스타 트랙 Star Trek 원작을 통해 명성을 얻은 U.S.S. 엔터프라이즈의 모형이 실제 우주 임무에 사용됐던 장비들을 호위하고 있다. 장비 중에는 달착륙선 아폴로 Apollo 호의 제어 하강 엔진의 연료 흐름 제어 밸브도 포함되어 있다.

이 모든 물품은 어린 시절부터 공상과학 애호가였던 베조스의 개인 수집품이다. 실제로 거대한 건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의 소유다. 블루 오리진에서 개발 중인 재사용 가능 우주선 뉴 셰퍼드 New Shepard나 곧 시험을 시작할 로켓 엔진 비이-포 BE-4도 마찬가지다. 블루 오리진이 몇 년 후 사람을 비행시킬 준비가 되면, 베조스도 거기에 탑승할 생각이다.

베조스는 16년 전 조용히 블루 오리진을 연구 프로젝트로 시작했고, 최근까지도 이에 대해 거의 함구해왔다. 부드러운 어조를 가진 미국 중부지방 출신으로, 나사 항공우주 엔지니어였던 현 블루 오리진 사장 롭 마이어슨 Rob Meyerson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입증되지 않은 기술을 과장하지 않기 위해 눈에 띄는 행보를 자제해왔다는 것이다. 시애틀 지역 민간 로켓업체 키스틀러 에어로스페이스 Kistler Aerospace에서도 근무했던 마이어슨은 회사가 파산하자 2003년 직원 10여명으로 운영되던 블루 오리진에 합류했다. 당시 베조스는 1960년대부터 우주 프로그램들이 사용해왔던 오염과 거대 소음을 동반한 발사 방식의 대안을 찾으라고 연구진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러나 연구는 실패했고, 베조스도 생각을 바꿨다. 마이어슨은 “제프가 액체 추진기관에 투자해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은 수백 만 명을 우주에 거주하게 하려는 그의 당초 목표와 관련이 있었다.”

몇 년간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블루 오리진은 마침내 비행 준비를 마쳤다. 자동화된 우주비행선이 성공적으로 준궤도-지표면으로부터 약 100km 상공에 있는 카르만 Karman 라인이라 알려져 있는 곳으로, 10분 간의 비행으로 다다를 수 있다-에 진입한 후, 안전하게 지표면에 착륙했다. 블루 오리진은 구체적인 시기를 밝히진 않았지만, 곧 탑승객 예약을 받을 계획이다. 회사는 지구 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 로켓을 개발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Elon Musk의 스페이스엑스 SpaceX가 이미 성공한 기술로, 사람과 위성을 운반할 수 있다. 마이어슨은 “결국 고객에게 판매할 생각이다. 2017년이면 승객 탑승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 먼저 테스트 엔지니어들이 시험 비행을 하고, 그 후에 티켓을 판매할 예정이다. 제프와 나도 2018년 쯤에는 날아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포스트에서와 마찬가지로, 베조스는 블루 오리진에서 특별한 직위를 갖고 있지 않지만 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마이어슨은 “베조스가 매월, 하루 꼬박 진행되는 운영 검토회의에 참석해 종종 외부 전문가들의 프레젠테이션을 경청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4시간 일정의 주간 보고에선 궤도 발사 비행체와 뉴 셰퍼드 우주비행선의 진행 상황에 대해 듣는다. 그는 “베조스가 회의에 앞서 파워포인트 대신 6페이지 분량의 ‘기술서(narratives)’ 작성을 요구했을 때, 처음에는 거부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조스는 계속 요청했고, 결국 마이어슨이 물러섰다. 이제 그는 자신이 “완전히 바뀌었다” 고 말하고 있다.

베조스는 블루 오리진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몇 년 전 몇몇 보도가 5억 달러로 추정했지만, 이 기업의 지출 속도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현재 직원 규모는 600명이지만, 텍사스 발사 시설과 곧 개소하는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 Cape Canaveral 발사 시설로 인해 8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베조스는 “면밀하게 모든 투자 대상 사업을 분석한 후, 리스크가 가장 적고 투자 수익이 크다는 결론을 얻어 우주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자산을 감안할 때, 그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로켓에 자금을 투자할 수 있다. 베조스가 1년에 5억 달러씩 블루 오리진의 투자금을 날린다고 해도, 90년 후에나 회사 문을 닫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과거 반스 앤드 노블이 위치했던 시애틀의 한 쇼핑몰 안에 자리 잡은 아마존의 첫 번째 서점.


IV.
필자는 시애틀 워싱턴 대학교 근처 쇼핑몰 안에 위치한 새로운 아마존 북스 Amazon Books 시범 매장을 방문했다. 바나나 리퍼블릭 Banana Republic 매장 바로 옆, 그리고 토미 바하마 Tommy Bahama 매장 건너편에 위치한 이 시범 매장은 존재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서점 체인을 거의 몰락으로 이끌었던 아마존이 운영하는 매장이기 때문이다. 한때 이 쇼핑몰에는 아마존 따라 하기 이전의 반스 앤드 노블 Barnes & Noble 매장도 있었다.

콘셉트 매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마존 북스는 영리하다. 매장 중앙 부분을 제외하고 모든 공간을 책에 할애했다. 책마다 10권 이상씩 쌓아두고 모든 표지를 노출시켰다(다른 서점들은 표지 노출 진열을 해주는 대가로 출판사에게 비용을 물리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은 고객이 원한다는 가정 하에 이런 진열을 하고 있다). 책 진열대 아래에 위치한 플래카드에는 아마존닷컴 Amazon.com에 게시된 고객 평가를 직원이 선별해 배치하고 있다. 매장 중앙은 성장 중인 아마존 기기 사업 부문-에코 Echo 개인 비서 기기와 다양한 크기의 킨들 Kindles 제품 등-과 아마존이 제공하는 TV 및 영화 콘텐츠를 보여주는 평면 모니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매장이 처리하는 업무는 제한적이다. 예컨대 아마존닷컴에서 구매한 물품의 매장 수령이나 반품이 불가능하다. 이곳에선 오프라인/온라인 소매사업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다른 아이디어도 볼 수 있다. 고객이 아마존 계정에 연결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즉시 이메일로 영수증을 받을 수 있는 식이다. 매장 내 상품 가격은 모두 아마존 웹사이트와 동일하다.

1시간 후 아마존 본사로 간 필자는 베조스에게 방문한 곳을 이야기하고, 책 한 권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딸을 위해 산 책으로 닐 게이먼 Neil Gaiman의 ‘코럴라인 Coralline’이었다. 베조스는 호탕한 웃음을 내비치며 책 구매에 감사를 표했지만, 필자는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페이퍼백(paperback)인 이 책의 가격 3.94달러에는 세금이 붙기 때문이다. 베조스는 또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푼돈이라도 돈은 중요하다. 아마존은 거대한 왕국 전체에서 무서운 속도로 그 푼돈을 끌어 모으고 있다. 아마존 웹 서비스 사업은 지난해 매출 78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그 성장이 너무나도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벤처 투자자 차메스 팔리하피티야 Chamath Palihapitiya의 말을 빌리면, 사실상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모든 신생업체에게 비용을 부과하고 있을 정도다. 매일 또 다른 실험이 시작되는 것만 같다. 물론 애플의 아이폰을 상대로 한 도전은 끔찍한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자사의 알렉사 Alexa 자연어 엔진으로 구동되는 아마존 에코 개인비서 기기는 애플의 시리 Siri 와 비교해 월등한 성능을 보여주며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이 밖에도 아마존은 야심 찬 당일 배송 프로그램을 본 궤도에 올리고 있고, TV 및 영화 부문에서 주요업체로 자리 잡고 있다. 자체 항공 및 선박 운송 조직을 운영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세세한 일까지 관리하는 건 베조스에게 너무 버거운 일이다. 그도 자신이 관여할 부분을 선택하고 있다고 인정한다. 그가 가장 최근 열정을 쏟고 있는 곳은 고급 패션 부문으로, 수년 간 아마존이 업그레이드를 진행해온 분야이기도 하다. 베조스는 스스로 자사 브랜드를 구축하는 아마존의 계획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그곳에 혁신의 기회가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 며 “온라인은 하기 힘들고, 오프라인은 완전히 망가졌다. 사람들은 선택 배치식 접근(curatorial approach)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베조스는 이것이 아마존의 입장에선 큰 변화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과거 책을 선정하며 선택 배치를 한 적이 없었다.” 베조스는 아마존에서 자신이 집중하는 다른 영역과 관련, “몇 년간 아마존 웹 서비스의 특정 부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베조스는 동시에 알렉사를 통해 주문부터 배송까지 책임지는 풀필먼트 센터 fulfillment centers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부 내용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하자, 그는 “로드 맵처럼 너무나 구체적이고 복잡한 사안이어서 아무것도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마존에서 베조스가 특정 부문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오랫동안 그를 도운 주요 보좌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999년 아마존에 합류한 제프 윌크 Jeff Wilke의 경우, 스스로 ‘아마존 클래식 Amazon Classic’이라 부르는 아마존 소비자 사업 부문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아마존의 연간 계획 절차-그리고 운영진이 이를 위해 준비하는 세부적인 설명-덕분에 베조스가 아마존의 노력을 면밀하게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윌크는 베조스에 대해서도 “다소 세세하게 지시하던 스타일이었지만, 지금은 좀 더 가르쳐주고 나서 다듬는 쪽으로 바뀌었다” 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인수합병 활동과 콘텐츠 사업 부문을 운영하는 18년차 베테랑 제프 블랙번 Jeff Blackburn은 베조스가 스스로의 선택 과정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일주일에 65시간 일을 한다. 사무실 가까이에 계속 머물고 여행을 많이 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수년 전에 빠져있던 동일한 사안에 지금도 집중을 하고 있다.”

아마존에서 변한 게 하나 있다면, 견뎌야 하는 비판의 수준이 바뀐 것이다. 브래드 스톤 Brad Stone은 2013년 저서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팔다(The Everything Store)’에서 회사의 성공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협력업체 및 공급업체 관리는 부당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뉴욕 타임스의 폭로 기사에선 아마존에서의 회사 생활이 소련 노동수용소보다 아주 약간 더 나은 것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끔찍한 묘사 내용이 언론을 통해 퍼져나갔고, 베조스는 그에 대해 직원들에게 “기사는 내가 아는 아마존을 그리지 않았다”고 설명을 해야 했다. 비난의 내용이 자신과 아마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묻자, 베조스는 정치인처럼 능숙하게 질문을 피해나갔다. “아마존 같은 규모의 기업이라면 비판이 필요하다. 그건 건강한 일이다. 그리고 이 정도 검증을 받을 만큼 성장한 기업을 소유했다는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

아마존은 오랫동안 일하기 힘든 회사로 악명을 쌓아왔다. 그럼에도 뉴욕 타임스 기사는 아마존의 신경을 건드렸다. 대외홍보 수석 부사장 제이 카니 Jay Carney-오바마 대통령의 대변인 출신으로 포춘의 자매지 타임 Time에서 외부 필진으로 활동했다-가 SNS인 미디엄 Medium에 뉴욕 타임스 보도 태도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하며 반격에 나섰다. 논란은 결국 잦아들었고, 아마존은 직원 모집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베조스는 현재까지 아마존의 치열한 문화가 강점이지 약점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마존 대변인은 인사관리에 약간의 변화-육아 휴직 프로그램의 개선 등-를 줬다고 말하고선, 뉴욕 타임스 기사보다 먼저 준비됐던 것이라고 급하게 덧붙였다. 이제 결론을 말해보자. 아마존의 기업문화는 ‘예전과 다름없이 하나하나 치열하고 고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 준 ‘공식’ 을 베조스가 설마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V.
베조스는 현재 52세다(그는 “카드 한 세트의 숫자와 같다”며 자신이 던진 농담에 스스로 크게 웃었다. “내년엔 (53번째 카드인) 조커를 손에 넣게 된다”). 그는 영향력의 정점에 올라있고, 정치권 원로가 될 생각을 즐길 의사도 갖고 있다. 현재 그의 커리어 단계에 맞는 롤모델을 찾았는지 묻자, 베조스는 질문의 범위를 넓히며 이렇게 대답했다. “평생 동안 훌륭한 롤모델이 많아 축복이었다.” 그가 언급한 이름에는 그의 부모, 제이피 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Jamie Dimon(베조스는 “평소 그에게 질문을 하곤 한다. 그는 삶에 대한 좋은 시각을 소유하고 있으며 큰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 Warren Buffett도 포함돼 있었다. 베조스는 “그에 대한 존경심이 정말 크기 때문에, 내 의견이 워런 버핏과 다를 경우 내가 뭔가를 놓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조스는 선구적 사상가의 역할도 받아 들이고 있다. 지난 3월 아마존은 팜 스프링스 Palm Springs에서 무척 낯선 회의를 주최했다.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주택 자동화(home automation), 로봇(robotics), 우주 탐험(space exploration)을 조합해 마스 MARS라는 별칭으로 진행한 행사였다. 베조스와 주요 관계자들은 선구적인 사상가 그룹을 한 자리에 불러모았다. 이 분야의 ‘과학자, 교수, 기업가, 취미활동가, 기획자’들이 연설과 발표를 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마련한 것이었다. 각 분야는 아마존이나 블루 오리진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지만, 아마존은 참석자들에게 이 행사가 100% 비상업적인 회의라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그 누구에게도 무언가를 팔기 위해 직접 시도하지 않았다. 이 행사를 이끈 베조스는 “모든 참가자가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친구를 만나 즐기고, 뭔가 놀라운 것으로 영감을 받았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이 억만장자의 문학 취향은 항상 유별났고, 그래서 종종 예상할 수가 없다. 필자가 그를 처음 인터뷰했던 2012년, 그는 이언 뱅크스 Iain Banks의 공상과학 소설 ’수소 소나타(Hydrogen Sonata)‘를 다 읽은 상태였다. 현재 그는 조너선 프랜즌 Jonathan Franzen의 신작 소설 ’퓨리티 Purity‘를 읽고 있는데, “각기 다른 3명이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또 아내 매켄지 MacKenzie가 쓴 제목 미정의 소설 첫 4개 챕터도 다 읽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아내로부터 허락을 받아내지 못하면 필자가 이 소설에 대해 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그 책의 내용을 세세하게 설명해주기도 했다(매켄지는 허락을 유보했다). 베조스는 “행복했던 23년의 결혼생활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제프 베조스의 힘도 (아내 앞에선) 한계가 있는 듯하다.


일부 CEO들은 여가 시간에 골프를 친다. 베조스는 남는 시간에 다음과 같은 일을 한다.

워싱턴 포스트
베조스가 2013년 인수한 후, 월간 페이지 뷰가 3배 이상 증가해 8억 9,000만 건을 기록했다. 유서 깊은 이 신문은 다양한 디지털 상품을 출시했는데, 그 중에는 허핑턴 포스트에 대적하기 위한 외부 기고가 섹션, 밴디토 Bandito라 불리는 내부 웹 트래픽 최적화 도구도 포함돼 있다.


블루 오리진
워싱턴 켄트 Kent에 위치한 과거 보잉 공장에 기반을 두고 우주비행선 뉴 셰퍼드를 개발해왔다. 뉴 셰퍼드는 발사 후 준궤도 우주까지 도달했다가 지상으로 복귀했다. 블루 오리진은 2017년 무렵부터 우주 경계까지 사람들을 비행시킬 계획이다. 베조스는 테스트 엔지니어들의 시험 비행 직후 초기 승객 대열에 동참할 생각을 갖고 있다.


베조스 익스페디션스
아마존 CEO가 거느린 투자 사업 부문은 다양한 신생사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워크데이 Workday, 트위터 Twitter, 주노 테라퓨틱스 Juno Therapeutics 같은 공개 기업이나 에어비앤비 Airbnb, 우버, 넥스트도어 Nexdoor 같은 비공개 ‘유니콘’ 기업 외에도 베슬 Vessel(엔터테인먼트), 에버파이 Everfi(교육), 글래스베이비 Glassybaby(수집품) 같은 다양한 분야의 소기업들을 투자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ADAM LASHIN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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