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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작품 '수난시대'

'기행스케치-화문집' 위작 의혹

서울옥션, 경매출품 돌연 취소

K옥션에선 작품 줄줄이 유찰

서울옥션은 29일 경매에 올릴 예정이었던 천경자 화백의 ‘기행스케치’를 두고 “위작으로 의심된다”는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여 출품 취소를 결정했다. /사진제공=서울옥션




국립현대미술관이 천경자의 작품으로 소장하고 있는 ‘미인도’를 둘러싼 진위논란이 격렬한 가운데 경매에 나온 천경자의 스케치 연작에 ‘위작 의혹’이 제기돼 돌연 출품이 취소됐다.

서울옥션은 29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평창동 본사 경매장에서 시작하는 ‘제 140회 미술경매’에 나올 예정이던 천 화백의 ‘기행스케치-화문집’ 16점 연작의 출품을 28일 취소했다. 최윤석 서울옥션 상무는 “경매 전 프리뷰 전시를 진행한 뒤 외부의 일부 전문가들이 진위가 의심스럽다는 의견을 보여 내부 논의 끝에 경매가 임박했음에도 출품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위작이라고 결론 낸 것은 아니다”라며 성급한 판정을 경계했다. 경매회사는 자체적으로 작품 검증 시스템을 운영하지만 이처럼 ‘사전 전시’를 통해 출품작을 공개하고 진위와 완성도 등에 대한 외부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통상적이다. 다만 천경자의 경우 20년 이상 지속된 ‘미인도’ 위작 논란 등의 현안 때문에 유난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서울옥션은 홈페이지를 통해 29번 출품작인 해당 작품 옆에 ‘현 작품은 출품이 취소됐다’는 문구를 명시했다.

종이에 그린 64.8×46㎝ 크기 스케치 16점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당초 추정가는 4억~6억원. 서울옥션은 이 작품을 “천경자가 작품 구상을 위해 해외로 스케치 여행을 다니며 그린 스케치 작품 16점을 모아 화집으로 묶은 것으로 1983년 6월 작가 지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천 화백의 유족을 비롯해 외부 전문가들은 “이미 알려진 천경자의 익숙한 도상을 짜깁기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잇단 위작 의혹으로 앞서 28일 오후 강남구 신사동 K옥션 사옥에서 열린 K옥션 여름경매에는 기대를 모은 천경자의 작품 3점 중 1974년작 ‘여인’과 1988년작 ‘아이누 여인’이 나란히 유찰됐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진위 여부가 미궁에 빠진 ‘미인도’처럼 ‘여성 인물화’였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던 ‘미인도’는 25년 만에 수장고 밖으로 나와 현재는 검찰 손으로 넘어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6부는 진위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작 확보를 위해 지난 26일 천 화백의 1주기 추모전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1977년작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와 1979년작 ‘뉴우델리 싸리의 여인’을 비롯해 ‘여인의 시Ⅰ’(1984년), ‘여인의 시Ⅱ’(1985년), ‘발리섬의 무희’(1986년) 등 5점을 떼어 가 조사했다. 미술관은 천 화백이 생전에 기증한 93점 모두를 전시 중이며, 검찰의 요청에 따라 불편을 감수하고 휴관일에 맞춰 작품을 내 주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1977년작이라는 서명이 적힌 ‘미인도’가 1980년 미술관에 소장됐기에 1977년작, 1979년작은 안료와 재료 비교의 기준이 될 수 있겠지만 이후 1980년대 작품과 ‘미인도’를 단순 비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천 화백의 인물 화풍이 80년대 이후 확립됐다는 점을 감안해 70년대 후반부터 이후까지의 변천사를 확인하기 위해 기준작을 다양하게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출품이 취소됐음을 알리는 서울옥션 홈페이지의 모습 /사진출처=서울옥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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